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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매경이코노미스트] 단순한 인간의 종합적 사고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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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테니스 코치와 공을 주고받다가 내 포핸드 자세가 '올바른' 것인지 물었다. 코치는 그렇게 치면 편안하게 느끼는지 되묻는다. 내가 그런 편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렇게 하라고 한다. 랠리를 이어가다가 이전과 조금 다르게 치면서 이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코치의 대답은 비슷했다.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하라고. 그래서 아까와는 달리 했는데 무엇이 '맞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더니 코치는 둘 다 맞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대방과의 거리, 공의 속도, 방향, 구질 등을 모두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자세가 늘 정답은 아니라고…, 아차 싶었다. 종합적 사고라…. 내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그렇게 강조해왔던 것이 아닌가. 배우는 입장이 되니 어찌 그렇게 쉽게 달라질 수 있는지 부끄럽기도 했다.

인간은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들먹이면서 변명거리를 찾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사실 단순한 답을 원한다. 옷이나 신발처럼 세분화된 규격이 아니라 양말처럼 한두 가지 프레임이나 방식을 고집하면서 실제로는 복잡다단한 세상을 억지로 꿰맞출 때가 많다.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보면 사람들이 나보다 더 극단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 적이 많을 것이다. 극단적인 견해를 조장한다고 소셜미디어나 플랫폼을 비난하기도 한다. 이들은 광고 수입과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감정에 호소하고 자극적인 내용을 느슨하게 통제하거나 일부러 방치한다는 의심까지 받는다. 합리적인 의심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답이 될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한데, 우리 사용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최근의 연구들도 이러한 관점을 지지한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낯선 사람과 정치 이슈를 토론한 뒤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를 평가하라고 했는데, 참가자들은 양비론이나 언언시시(言言是是) 태도를 가진 사람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이념적으로 강한 주장을 펼치는 대화 상대에 대해 강한 선호를 보였다.

이러한 경향을 '아크로필리(acrophily)'라고 부르는데, '호모필리(homophily·동류의식)'와 더불어 감정이나 주장의 양극화와 적대감을 심화시키는 심리적 요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스스로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1960년대 미국은 민주당의 4%와 공화당의 5% 정도만이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위나 며느리를 선호한다고 했지만, 2010년에는 그 수치가 민주당은 33%, 공화당은 49%로 크게 증가했다. 보다 단순하고 명료한 것에 대한 우리의 (아마도) 태생적인 선호는 집단의 극단적인 구성원들이 '평균적인' 관점을 반영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견해를 믿고 따르게 만든다.

플랫폼은 말 그대로 다양한 사람을 많이 끌어들여 사회적 가치와 사적 수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비즈니스모델에 기반한다. 모집단이 커지면 편향된 극단주의자들이 흘러들어 올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아크로필리가 생태계를 잠식할 위험이 있다. 자신의 존재 이유인 비즈니스모델을 부정하면서까지 자경단과 같은 역할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 사용자인 우리 스스로가 아크로필리적 성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정화하려는 노력과 이를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개개인이 단순 지향의 함정에 빠져도 집단 전체의 평균은 그나마 종합적 판단과 유사할 것이므로 평균적 견해나 상황에 대한 정보를 통해 꾸준히 피드백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언론의 역할이 그런 것이겠지만 소셜미디어 시대에 그조차 못 믿겠다면 인공지능(AI)에 맡겨야 할까?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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