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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암컷 전갈, 짝짓기 중 순순히 독침 찔린다…수컷 ‘점수’ 매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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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르헨티나 코르도바국립대학 연구진은 최근 연구에서 전갈의 짝짓기에서 수컷이 암컷에게 독침을 찌르는 과정을 통해 암컷이 짝짓기 상대의 건강을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엘라 오비에도 디에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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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의 짝짓기는 로맨틱하면서도 치명적이다. 교미 전 암컷과 수컷은 서로의 집게형 더듬이다리를 마주 잡고 ‘구애의 춤’을 추고, 집게처럼 생긴 주둥이를 마주 잡고 ‘키스’를 한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수컷이 꼬리의 독침으로 암컷의 옆구리를 1~3회 찌르고, 정자낭을 떨어뜨려 암컷에게 전달한다. 모든 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짝짓기가 끝나면 암컷 전갈은 다음 세대를 위해 수컷을 양분 삼아 잡아먹는다.



구애 과정중 수컷이 독침으로 암컷을 찌르는 것은 그동안 교미로 유도하기 위한 행동으로 여겨져 왔다. 독이나 진정제를 주입해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짝짓기 전 암컷이 수컷의 독침을 받아들이는 것은 능동적인 ‘유전자 선택 과정’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국립대학 마리엘라 오비에도 디에고 교수와 연구진은 “일부 전문가들은 전갈 특유의 이 행동이 매우 공격적인 거미류의 짝짓기와 비슷하고 여기지만, 암컷이 이 과정에서 저항이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암컷이 정자를 받아들이기 전 수컷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동물 행동 최근호에 실렸다.





보통 수컷 전갈은 최대한 많은 짝짓기를 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암컷 전갈은 일생에 단 몇 번, 혹은 단 한 번만 짝짓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연구진은 암컷 전갈이 짝을 고를 때 더욱 신중할 것이라 추측했다. 연구진은 전갈의 짝짓기 행동을 알아보기 위해 남아메리카 전역에 서식하는 전갈 200여 마리(암컷 70마리, 수컷 130마리)를 안데스 산맥에서 채집했다. 그런 뒤 암수 한 쌍을 무작위로 유리로 된 실험공간에 넣고 지켜봤다.



그 결과, 암컷을 마주한 수컷의 55%는 구애의 첫 단계에서 흥분으로 몸을 떠는 행동을 보였고, 구애를 받은 암컷의 53%는 수컷이 집게를 잡고 춤추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구애를 받고 독침에 찔린 암컷 중 3분의 1만 짝짓기 과정을 끝까지 유지해 수컷의 정자낭을 받아들였다. 수컷 전갈은 짝짓기의 마지막 단계에서 정자낭을 바닥에 떨어뜨리게 되는데, 이 위로 암컷을 유도해야 번식이 이뤄진다.






짝짓기를 허용한 암컷은 수컷이 복부 옆쪽에 독침을 삽입했을 때도 거의 저항을 하지 않았는데, 독침을 찔린 순간에는 움직임도 소리도 내지 않았다. 디에고 교수는 “그렇다고 암컷이 수동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암컷은 이 과정에서 수컷의 자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암컷이 수컷의 독침이나 독성, 지구력까지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애버딘대학교 컬럼 맥린 연구원 또한 이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독침을 많이, 오랫동안 찌를 수 있다면 그만큼 건강한 수컷이라는 의미이며 더 좋은 유전자를 지닌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증거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연구진은 실제로 수컷이 독침으로 독을 주입하는지 아니면 독성이 덜한 다른 물질을 주입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디에고 교수는 “전갈은 나쁜 평판으로 유명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흥미로운 행동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갈은 2000종이 넘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을 가진 종은 25종에 불과하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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