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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배우·개그맨이 여기서 왜 나와?”…색다른 모습에 독자들도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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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박정민 작가 변신
문학동네 시 뉴스레터 통해
독특한 문체로 시집 소개

개그맨 양세형 시집은 7쇄
‘인세 전액’ 장학회 기부
배우 박신양 에세이도 인기


매일경제

‘우리는 시를 사랑해’ 뉴스레터를 발행중인 배우 박정민. [사진 출처=우시사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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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출판사 문학동네가 발행하는 시(詩) 뉴스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이하 우시사)’의 독자들은 1월 10일자 편지를 보고 순간 놀랐을 것이다. 뉴스레터를 보낸 사람이 ‘동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사바하’에서 전부 주연을 맡은 영화배우 박정민이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박정민입니다. 편지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정민 배우는 올해 김소연 시인과 함께 ‘우시사’ 뉴스레터의 필진으로 참여했다. 시에 대한 이야기, 시를 나누고픈 마음을 독자에게 보내는 중이고 현재 1월호와 2월호가 독자 손에 쥐여졌다.

극장 스크린과 TV 화면에선 보기 어려운 ‘의외의 모습’을 간직했던 스타들이 각자의 글쓰기로 독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우시사’ 정식 필자로 참여한 배우 박정민부터 자작시 88편을 모아 시집을 낸 코미디언 양세형, 미술 개인전 ‘제4의벽’ 전시와 함께 에세이집을 낸 배우 박신양 등 대중이 잘 몰랐던 연예인들의 진솔한 모습이 출판가에서 소소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박정민 배우는 사실 ‘글 좀 쓰는 배우’로도 유명했다. 2018년 그가 출간한 산문집 ‘쓸 만한 인간’은 ‘말로 기쁘게 한다’는 언희(言喜)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던 시절 그의 필력을 기억하게 한다. 고려대 인문학부를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기자의 길을 택한 그는 문단과 자주 소통해 왔다. ‘우시사’에서 박정민 배우는 유머러스하면서 쾌활한 문체로 독자들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시인 선생님들과 종종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때가 있는데요. 시인이라서 가능한 그들만의 언어에 늘 감탄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감사합니당’이라든지 ‘최고 최고! 저두용~’ 따위의 답장으로 나의 미천한 어휘력을 뽐낼 때마다 ‘다시는 시인이랑 놀지 말아야 하나’ 하는 깊은 성찰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는 ‘자기고백’은 쾌활하다. 박 배우는 임유영 시집 ‘오믈렛’, 김이듬 시집 ‘투명한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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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별의 길’을 출간한 코미디언 양세형. [사진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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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양세형은 지난 연말 또 하나의 직업을 얻었으니 바로 ‘시인’이다. 그가 출간한 시집 ‘별의 길’은 현재 7쇄를 찍었다. TV나 유튜브에선 항상 ‘개구진’ 모습만 보여주지만 그는 유명인으로서 소비되는 이미지 너머의 자기감정을 쉬운 언어로 표현했다. 훈련된 기술은 없어도 시를 시이도록 하는 그 한 줄을 이미 그는 알고 있는 듯하다. 어깨에 힘주지 않고도 전달되는 그 감정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는 88편의 시가 담겼다.

가령 첫 번째 시 ‘싸릿마을’은 동두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가 고향 동두천과 이제 익숙해진 서울, 그리고 두 공간에서 달라진 자신을 돌아보는 시다. ‘시커멓게 탄 고구마/ 반으로 자르면 언제나 황금빛// 아직도 헐떡이는 서울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내 가슴// 잘 익은 걸까?’라는 내용에서 당차게 서울에 올라왔지만 사회에서 곡절을 겪었던 한 사람으로서의 마음이 진실되게 담겼다.

양세형 시집의 인세 전액은 청소년을 후원하는 등대장학회에 기부된다. 양세형 시집 ‘별의 길’을 편집한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는 “인기 있는 유명인, 연예인의 책일수록 방송에서 많이 보여주고 소비된 이미지나 방송의 뒷얘기나 후일담을 책으로 엮는 것보다는, 대중이 몰랐던 모습을 보여줄 때 책으로서 가치가 생기고 독자도 반응한다고 생각해 왔다”며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개그맨의 일상,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점이 대중들이 함께 책을 읽는 이유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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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벽’을 출간한 배우 박신양. [사진 출처=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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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양 배우의 ‘제4의 벽’은 10년 넘게 그림을 그려온 ‘화가’ 박신양의 예술 고백록이다. 민음사에 따르면 현재 이미 중쇄를 찍었다. 박신양 배우는 이번 산문집에서 연기자로서의 생과 화가로서의 생,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생을 한 자리에 포갠다. 박신양은 책의 문장 곳곳에서 자기 삶을 되돌아본다. 읽고 나면 달리 보인다. “자신을 속이는 일은 장기적으로 스스로에게 얼마나 심각한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인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기만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지는 길뿐이다.”

배우 박신양은 책에서 유독 당나귀 그림을 많이 실었는데 “짐을 져야만 비로소 행복하다고 느껴서 바보스럽고 동화에 나오는 꿈들을 평생 꾸면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서 바보스럽다. 하지만 당나귀에게는 그게 진짜다”라고 적었다. 또 “아픔이라는 칼날은 어떤 때는 우리의 무뎠던 인식을 예리하게 벼려 주기도 한다”는 문장에 이르면 그는 단지 영화, 드라마에서 자주 봤던 한 유명인만은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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