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넥슨, 저작권 소송 장기화 조짐
게임사 대상 이용자 집단소송도 잇따라
지난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에 그친 국내 게임업계가 저작권 침해, 이용자 집단소송 등으로 법적 공방에도 휩싸였다. 특히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향후 게임사들의 경영 전략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웹젠은 최근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의 조정회부결정에 나란히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재판부는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항소심과 관련해 조정회부 결정을 하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양측 모두 이에 불응하며 재판은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조정회부란 당사자 간 상호 양해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도록 하는 절차를 일컫는다.
엔씨는 웹젠의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리니지M'을 표절했다며 지난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웹젠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한 엔씨 측 청구를 받아들이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웹젠이 이에 항소했고, 엔씨도 청구금액을 늘리기 위해 역시 항소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2심 재판이 진행돼 왔다. 조정회부를 통한 중재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결국 최종 판결까지 가게 됐다.
넥슨 역시 아이언메이스와의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앞서 넥슨은 아이언메이스가 지난해 출시한 '다크앤다커'가 자신들의 미공개 프로젝트 'P3'를 무단 유출해 개발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2021년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다크앤다커'가 출시되자 서비스 중지 가처분 소송도 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수원지방법원이 가처분 소송을 기각하면서 승소 여부는 본안에서 가려지게 됐다. 2021년 제기된 본안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지난달 12일에 처음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의 경우 2년반 간의 공방 끝에 법적 분쟁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마상소프트가 제기했던 저작권 침해금지 소송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넷마블의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마상소프트는 자사가 배급하는 게임 'DK온라인'의 게임엔진을 넷마블 '세븐나이츠'가 무단으로 활용했다며 2021년 7월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세븐나이츠가 DK온라인을 도용해 개발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고 2심 역시 비슷한 취지로 결론냈다. 마상소프트는 현재 상고심을 제기하지는 않은 상태다.
게임사들의 잇따른 저작권 소송은 최근 달라지는 업계 분위기를 반영한다. 우선 법원에서 게임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게임사들의 재산권을 인정해 주는 경향이 커졌다. 여기에 게임사들의 전반적인 수익이 악화되면서 핵심 지식재산권(IP)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키고자 하는 전략이 뚜렷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저작권 소송을 하면 최종 판결까지 적어도 3년 이상은 걸리는 데다가, 재판에 드는 비용도 상당함을 감안하면 게임사들에게는 부담이다.
이용자들의 게임사에 대한 집단 소송도 잇따른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은 지난 19일 '메이플스토리 확률 조작 사건 단체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에 참여한 이용자만 508명에 달하며 이는 게임사 상대 단체소송 규모로 역대 최대다. 원고 측은 넥슨이 게임 내 큐브 아이템에 적용되는 확률을 의도적으로 낮췄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약관을 위반한 채무불이행에 해당된다고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 가액은 2억5000만원이지만 앞으로 추가될 소송 원고까지 합치면 향후 5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넥슨은 한 메이플스토리 이용자와 2021년부터 소송을 벌이고 있는데,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에서 일부 패소하며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 2022년 리니지2M 이용자 380명으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이용자들은 엔씨가 일부 게임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들에게 프로모션 명목으로 광고료를 집행해 게임의 공정성을 해치고, 다른 과도한 과금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실적에 그쳤던 게임사들은 소송 부담까지 겹쳐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재판에 드는 시간적·금전적 비용도 크지만, 만일 패소할 경우 리스크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 게임사로서는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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