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반복적·인지적 분석까지 해내는 AI
고학력·고소득 직업군 위협 가능성 ↑
사회적 영향력으로 적극 대처 움직임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은 인간 노동자를 돕게 될까요, 아니면 대체하게 될까요. AI로 인해 태동한 새로운 직업, AI와 인간의 경쟁... 이미 시작된 노동시장의 '지각변동'을 심층취재했습니다.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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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학습, 추론, 논증, 일반화와 같은 인지 능력을 갖추고 문제 해결까지 도출할 수 있는 컴퓨터과학 기술을 지칭한다. 고도의 지적 능력이 요구되는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이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스스로 기억하고,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
이는 AI가 인간이 사전에 직접 지시를 내려야 하는 로봇, 소프트웨어 등의 자동화 기술과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다. 이 때문에 AI에 의한 노동의 대체도 기존의 로봇, 소프트웨어와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내가 하는 일, AI도 할 수 있나
그렇다면 AI의 인지 능력은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얼마나 대체할까. 학계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특정 '직업'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직무'가 AI 기술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따져보는 시도가 꾸준히 이뤄져 왔다. 예를 들어 특정 직무와 관련된 AI 기술 특허가 얼마나 많은지, 음성인식이나 번역 같은 AI의 성능을 평가해 특정 직무와 얼마나 연관성이 높은지 등을 정량화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AI 노출지수)이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의 분포.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은 다른 직업들에 비해 AI 노출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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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다음 직무별 가중치를 따져 AI가 특정 직업을 대체할 확률(대체율)을 산출하는데, 이를 'AI 노출지수'라 부른다. 이를테면 '의사'라는 직업의 여러 직무 중 '병을 진단'하거나 '처방을 내리는 것'이 현존하는 AI 기술에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를 따져 의사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는 것이다. AI 노출지수 값이 클수록 미래에 해당 직업을 AI가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AI가 다른 기술에 비해 특히 강점을 갖는 분야는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비반복적·인지적 분석' 업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 마이클 웹은 업무의 특성을 △반복적·인지적 △반복적·육체적 △비반복적·인지적 분석 △비반복적·인지적 대화 △비반복적·육체적의 다섯 가지로 나누고, AI·로봇·소프트웨어 세 가지 기술이 각각 어떤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지 평가했다.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이 지난달 31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판독실에서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이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 설명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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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소프트웨어는 같은 일을 정확하게 반복해야 하는 '반복적·인지적' 업무나 기계를 제어하는 등의 '반복적·육체적' 업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큰 반면,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정보를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비반복적·인지적 분석' 업무를 대체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를 국내에 소개한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AI는 고학력·고임금 노동자들이 비교 우위를 가지는 영역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 소프트웨어와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의사, 한의사, 회계사, 자산운용가,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이 AI 노출지수가 높은 상위 직업으로 꼽히고 있다.
로봇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의 분포. 인공지능(AI)와 비교하면 청소원, 가사도우미 등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직업을 대체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박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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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군 따라 AI 대처 능력에 차이
다만 과거 저학력·저임금 노동자들이 기술 발전에 의해 쉽게 대체돼 왔던 것과 달리, AI 노출지수가 높은 고학력·고임금 노동자들은 'AI에 의한 대체'에 훨씬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박재혁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고학력·고임금 직업군은 일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정치적 교섭력도 있기 때문에 AI 기술 도입을 반대하면서 시간을 지체시키고 AI에 의한 '대체'가 아닌 '협력'으로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저학력·저임금 직업군은 기술 발전에 소극적·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어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 ① <1>생성과 분화
- • "월 700만원 벌어봤어요"… 아들 셋 30대 주부는 어떻게 'AI 일꾼'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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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 <2>대체와 대응
- • 1분 만에 영상 진단, 표본 아닌 전체 자료로 감사... "일 안 뺏기려면 AI 잘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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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3>노동의 미래는
- • "AI, 노동시장에 구조적 차별 가져올 수 있다"... 해외 석학들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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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4: 에필로그> 기자와 AI
- • "AI, 한번 기자가 되어 볼래?"... 사람보다 잘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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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한번 기자가 되어 볼래?"... 사람보다 잘 쓸 수 있을까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세종=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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