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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건국전쟁'에 밀린 윤여정…대박 아니면 쪽박 나는 한국 영화, 왜 이럴까[TEN스타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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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내 픽' 영화만 보는 극장 관객들 느는 '관람 양극화' 심화
비싼 티켓값·OTT에 빨라진 공개 시기
점차 설 자리 잃어가는 '중간 영화'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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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데이즈' 스틸(왼쪽), '건국전쟁'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다큐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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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판합니다.



박스오피스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은 '평범한' 국내 상업영화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면, 현재 상위권에서는 국내 상업영화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특정 작품에 관객이 쏠리는 경향은 짙어졌다. '보고 싶은 영화'만 찾아보는 관객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8일 박스오피스 1위는 외화 '웡카'가 차지했다. 2위는 다큐멘터리 장르의 '건국전쟁', 3위는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인연의 기적, 그리고 합동 강화 훈련으로'이었다. 4위나 돼서야 국내 상업영화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4위는 라미란 주연의 코미디 '시민덕희', 5위는 윤여정·유해진 등 주연의 휴먼 드라마 '도그데이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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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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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 분)에게 사기 친 조직원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추적극. 지난 1월 24일 개봉한 '시민덕희'는 이날까지 164만 162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을 넘겼다. 한 달 남짓 만에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그나마 체면치레한 것.

설 연휴를 겨냥해 지난 7일 개봉한 '도그데이즈'의 성적표는 처참하다. 한창 박스오피스 최상위권에서 관객몰이를 해야할 개봉 2주차에 5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일일 관객 수도 1만 5762명까지 떨어졌다. 그나마도 주말이라 더 나은 성적. 평일인 지난주 15일에는 8514명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누적 관객 수도 겨우 34만 446명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도그데이즈'는 윤여정을 비롯해 유해진, 김윤진, 정성화, 김서형, 이현우 등을 내세운 옴니버스식 작품. '도그데이즈'는 한 가지 이야기를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옴니버스는 흥행이 비교적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만 셈이다.

6위부터 10위 안에도 국내 상업영화는 한 편뿐이다. 바지사장을 소재로 한 조진웅 주연의 '데드맨'이 8위를 차지했지만 일일 관객 수는 4730명, 누적 관객 수는 23만 147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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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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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들은 배우 라인업도, 감독의 연출력, 작품의 완성도가 아주 부족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시민덕희'는 코미디 장르에 일가견 있는 라미란에 보이스피싱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더해 소소한 재미가 있는 작품으로 완성됐다. '도그데이즈'는 반려견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인연을 그리며, '도파민 중독' 시대에 잔잔한 힐링을 선사한다. 극장에서 보지 못할 완성도 없는 영화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같은 작품이 박스오피스에서 부진한 성적을 받아든 이유는 더 이상 관객들이 소소하게, 재밌게 즐길 만한 이야기에 선뜻 티켓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해 영화계에서는 2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3'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창궐하기 전인 2019년, 5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는데, 이 가운데 2편은 한국 영화였다. 이와 비교하면 지난해 영화계 성적이 '최악'은 아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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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왼쪽)과 '웡카' 포스터.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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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왜 국내 상업영화가 부진한 성적의 쓴맛을 보고 있을까.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이 가능한 대작, 전작들이 있어 이미 팬층을 가지고 있는 작품, 명확히 호감이 있는 작품 등 보고 싶은 이유가 분명히 있는 작품에만 관람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은 짜임새 있는 스토리에 긴장감 넘치는 전개, 정우성, 황정민 등 배우들의 명연기에 더해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는 의미까지 더해졌다는 것이 흥행 비결이다. 12·12사태라는 역사적 사건을 영화적으로 긴박하고 스펙터클하게 풀어낸 것. '대작'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담긴 것이다.

'범죄도시3'의 경우 마동석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묵직하고 통쾌한 한 방의 맛을 또 한 번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기꺼이 극장을 찾게 했다.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액션에 선명한 권선징악 구도, 여기에 예기치 않는 데서 불쑥 나오는 유머까지 관객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다. 이 역시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체험'이 있는 작품이라는 이야기다.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외화 '웡카', 예매율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개봉 예정작 '듄: 파트2'는 앞선 이야기가 있어 이미 팬층이 있는 작품. 이 같은 작품에는 관객들이 '재미 여부'를 두고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박스오피스 상위권 자리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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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다큐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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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례적 흥행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의 경우는 '타깃층'이 있는 작품이다. '건국전쟁'은 이승만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용과 무관하게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진보 지지층보다 보수 지지층이 더 선호할 수밖에 없는 소재기도 하다. 이 작품은 이미 손익분기점인 12억 원(관객 수 6만 명)을 훨씬 뛰어넘어 지난 13일까지 37억 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18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71만 526명.현재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핫'한 작품으로 꼽히는 이유다. '건국전쟁'는 CGV 예매 어플 기준현재까지 실관람객이 50대 이상 45%로 가장 높다. 하지만 30대 20%, 40대 26%로, 30~40대를 합하면 46%나 된다. 특정 나잇대가 아닌 두루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방증.

이처럼 각자가 보고 싶은 이유가 있는 영화에만 관객들이 쏠리는 이유는 비싼 티켓값, OTT, IPTV 등에서의 빨라진 공개 시기 등이 있다.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공휴일, 성인 기준)는 일반 1만 5000원이다. CGV의 IMAX LASER 3D의 경우 2만 7000원, 심지어 프라이빗 박스는 5만 원이다. OTT 한 달 구독료가 영화 한 편 보는 가격과 비슷하다. 두세 달 만 지나도 OTT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굳이 '내돈내산' 하면 극장까지 가는 '노력'까지 들일 필요가 없는 것. 게다가 극장을 찾은 관객은 티켓값을 비싸게 지불한 데 대한 '안정적' 보상을 원하기에 굳이 '모험'할 작품을 선택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관람 양극화'가 심해져가는 국내 상업영화계. '중간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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