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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말 그림…종교화에 갇힌 동물 해방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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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에티엔 샴보의 'Untamed'(2023). 암실 상태의 전시장에 들어가 손전등으로 작품을 비춰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송경은 기자


깜깜한 암실. 손전등으로 벽을 비추자 역동적인 모습의 말이 환하게 빛났다. 앞발을 들고 있는 말은 어딘가 제멋대로다. 주인공이 뒤바뀌기라도 한 듯 긴 창을 들고 말에 탄 용맹한 기사는 실루엣만 남긴 채 금박 뒤로 자취를 감췄다. 구도는 전형적인 이콘화(종교화)지만 정작 초상화 속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금빛 표면은 수백 년간 나무가 겪은 세월의 흔적을 선명히 드러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개념미술 작가 에티엔 샴보의 개인전 '프리즘 프리즌'이 오는 3월 9일까지 서울 이태원동의 갤러리 에스더쉬퍼에서 열린다. 에스더쉬퍼 전속 작가인 에티엔 샴보가 한국에서 여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빛의 궤적과 분절된 스펙트럼을 나타내는 '프리즘'과 개인이나 사회의 감금·통제를 상징하는 '프리즌(감옥)'의 연결성을 탐구한 결과를 회화, 조형,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풀어냈다. 전시작은 총 27점이다.

작가는 주로 주변에서 발견하거나 곳곳에서 수집한 오브제들을 변형시켜 작업을 했다. 오브제에 새로운 색을 칠하거나 금박을 씌웠고, 청동을 주조해 만든 조각을 잘랐다 붙였다. 그 과정은 일종의 해부학 실험과 같다.

'언테임드(Untamed·길들여지지 않은)' 연작은 우드패널에 유채 물감 또는 템페라로 그려진 200~300년 전 이콘화를 변형해 만든 작품이다. 말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금박으로 가렸다. 또 작품을 벽에 서로 다른 높이로 배치하고 암실에서 손전등으로 벽을 비추면서 관람하도록 했다. 빛을 받을 때마다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말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에티엔 샴보는 "이번 작업에서 중점을 둔 요소는 동물의 신체"라며 "말의 신체가 이콘화의 스토리에서 어느 요소를 구성하는지 탐구하고 싶었고, 동시에 이콘화에 종속돼 있었던 동물을 해방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작 '제브로이드' 역시 기존 조각상의 본을 떠 청동을 주조해 만든 말상의 신체 일부를 자르고 재조합한 것이다. 말은 고정된 자세를 벗어나 땅 밑을 내려다보거나 고개를 돌리며 기존 틀을 부순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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