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신고가 접수되면 국내외 포털·플랫폼 사업자가 해당 콘텐츠에 대해 삭제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구글, 메타와 같은 해외 사업자들의 협조 정도가 정책 실효성에 큰 영향을 끼칠 변수라고 지적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53%가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볼 정도로 해외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18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 구성원에 업무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자율규제'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의사를 전하고 있다.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에는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민관협의체가 구성된 이래 두 차례 정도 전체 회의를 진행해오다 최근 들어 정부 측이 사업자별로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가짜뉴스 논란이 있는 콘텐츠에 대해 사업자가 취할 수 있는 자율 조치에 대한 협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는 지난해 9월 출범 이래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근절 추진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출범 당시 진행된 1차 회의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사업자 간 자율규제 기반 패스트트랙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사용자가 가짜뉴스 사례를 방심위에 접수하면, 방심위가 사례 가운데 신속심의 여부를 판단한 뒤 사업자에 자율규제 협조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요청받은 사업자는 내용을 검토한 뒤 해당 콘텐츠에 '가짜뉴스 신속심의 중입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할 수 있다. 또 내용이 파급력이 클 경우 자진해 삭제하거나 계정을 차단할 수 있다. 만약 사업자가 방심위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방통위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딥페이크 가짜뉴스는 국내외 장벽을 넘나든다는 점이다. 가짜뉴스는 한국 내 IP(인터넷 주소)만을 통해 배포되지 않는다. VPN(가상사설망)을 활용해 마치 외국에서 올린 것처럼 위조할 수 있다. 한국 법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특히 외국계는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어, 시정조치 역시 '업무협조'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문제를 일으킨 콘텐츠에 대해 '책임감 있고 능동적인 자율규제'를 촉구하는 정도다.
이를 놓고 국내 사업자와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자지만 언론중재법에 따른 역할도 수행 중이다. 국내 플랫폼은 언론중재법에 따라 피해가 구제된 정정·반론·추후보도 기사, 불공정선거보도에 따라 경고·주의를 받은 기사를 별도로 모아 게재하고 있다. 또 네이버는 이달 중으로 선거 관련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신고센터를 추가로 신설하고, 딥페이크 대비책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이들 가짜뉴스는 SNS를 타고 확산이 된다"면서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등이 이미 국내 SNS 시장을 잡고 있어, 외국에서 영상을 만들어 유포할 경우 잡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빅테크들은 한국 법인에 해당 권한이 없어 본사 규정을 따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문제다. 딥페이크 콘텐츠를 차단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차단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그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구하더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자율규제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보완 입법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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