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한 스물 여섯번째 시집 <황색예수 2>(문학과지성사)는 1983~1986년 출간됐던 <황색예수>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시집은 무려 397쪽에 달한다. 길고 긴 호흡으로 써 내려간 128편의 시가 총 3부로 나눠 실려 있다.
시인은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성경 텍스트를 개인적 경험으로 구성된 현실의 삶으로 새롭게 엮어낸다. 그는 ‘시인의 말’에서 “40여년전 <황색예수>는 신약 위주이고 아무래도 시간적이었다”면서 “<황색예수 2>는 무척 공간적이면서 구약까지 품으려 했다”고 말했다. <황색예수>는 예수의 생애를 1980년대 한국 민중의 현실에 대입한 시집이었다.
1부 3장에 실린 ‘실낙원, 그 후의 그러나’는 25쪽에 달하는 장시다. ‘이브의 말’에서 시작해 유대교·이슬람교·기독교의 종교 분쟁을 들려준 뒤, 예수를 닮은 인류학자 박현수를 기억하고, ‘창비 통합 시상식 및 망년회’까지 이어진다. 시인 정한아는 해설에서 이 혼란하고 현란한 시를 두고 “화자는 이브고, 아담이고, 무신론자이고, 때늦은 캐럴 소리고, 아기 예수고, 불가의 노새였다가, 예수였다가, 그러는 모든 순간, 의식의 내레이터인 ‘나’”라고 해석한다.
‘현대·구약·도해’라는 제목이 붙은 2부의 시에서는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 삼손과 델릴라, 욥, 사무엘, 요셉 등 구약시대 인물들이 집, 상가, 병원, 지하철, 식당, 노래방 등 우리네 삶의 구체적인 공간에 등장한다.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하면서도 책임을 민중에게 떠넘긴 유대 총독 빌라도의 이름을 딴 시(‘아랫것들 박해-빌라도’)에선 “정치라는 것이 스스로 박해당한다 여기며/피아 구분 없는 박해를 요하는 것 같다”고 노래한다. 예수의 죽음을 목격한 듯한 로마 병사의 입을 통해서는 “비극의 시대가 완전히 갔다/이런저런 이유로 처형당한 주검들이/지천인 이 동산에서 죽음이 볼썽사나운/수준을 훨씬 지나 귀찮은 일과의 귀찮지 않은/습관에 지나지 않고 이 구역을 벗어나면 곧장/엔터테이너 시대이다.”(‘신고전, 그후-로마 병사 하나’)라고 썼다.
시집에는 또한 문화예술계의 마당발인 시인답게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인만의 시선을 읽어낼 수 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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