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유치로 공급망 강화
라피더스 통해 반도체 부활 모색
인구 줄어 침체한 지방에도 도움
라피더스 통해 반도체 부활 모색
인구 줄어 침체한 지방에도 도움
양배추밭을 갈아 엎고 들어선 TSMC의 구마모토현 공장 모습. 아직도 공장 맞은편에는 양배추 농사가 한창이다. [구마모토 이승훈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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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의 부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자국에 유치하고 홋카이도에는 초미세 공정을 목표로 하는 라피더스 공장을 짓는 등 전방위로 움직이는 일본 정부의 반도체 정책 이면에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목표가 뚜렷이 담겨 있다.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은 1986년 이후 3차례에 걸친 미·일 반도체 협정으로 주요 무대에서 퇴장했다. 미·일 반도체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미국의 집요한 공세에 일본 내 주력 반도체 산업은 힘을 잃었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만 해도 일본은 반도체와 관련해 큰 불편을 못 느꼈다. 오히려 소부장의 경쟁력을 통해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았을 때 이를 무기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패권 다툼의 핵심 무기로 반도체가 등장하고, 코로나 사태 때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일본 주요 기간산업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꺼내 들었다.
당장 자국 내 기업이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주목한 것은 대만의 TSMC였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해외 공장 확대를 검토하던 TSMC에게 일본은 거액의 보조금 카드를 꺼내 들었고, 2년여의 협상 끝에 구마모토현에 TSMC 공장을 짓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TSMC는 일본 내 반도체 공급망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소니의 이미지 센서와 도요타 등이 필요로 하는 자동차 관련 반도체 공급이 안정을 찾게 됐다.
히가시 데쓰로 라피더스 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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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를 통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확보한 일본은 2나노(nm·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라피더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도요타와 소니, NTT 등 8개 일본 기업이 합작해서 설립한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는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지토세에 지난해 9월 기공식을 갖고 반도체 공장 건설에 나섰다.
라피더스는 최소 5조엔(약 45조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인데 일본 정부는 이미 3300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한 데 이어, 최근 5900억엔의 보조금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하고 나섰다.
계획대로 라피더스가 2나노 제품 양산에 성공한다면 삼성전자와 TSMC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요자 요구에 맞춤형으로 빠르게 대응하는 생산제체를 라피더스가 갖출 경우 일본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일본 기업의 장기인 ‘다품종소량생산’을 뒷받침하는 양질의 반도체를 제때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많은데, 라피더스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반도체 공장 건설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자급률도 높아질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31년 일본 반도체 자급률이 2022년의 8.4배인 44%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에 반도체 공장이 불러일으키는 경제효과도 만만치 않다. 규슈경제조사협회는 2021년부터 10년간 반도체 설비 투자에 따른 규슈 지역 경제효과를 20조770엔(약 180조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TSMC 공장이 잇따라 들어서는 규슈 구마모토현의 경우 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인구 증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 인구는 신규 고용에 따른 유입으로 시(市) 승격 기준이 되는 5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쿄도를 제외하고 지역 인구가 대부분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같은 인구 유입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사무소 모습 [구마모토 이승훈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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