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전 세계를 뛰어다니고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따라 만난 데 이어 대만 TSMC, 미국 인텔 수장들과도 면담했다. 또 아랍에미리트(UAE)로 날아가서는 셰이크 타흐눈 빈 자이드 국가안보 고문을 면담했다. 그는 UAE 대통령의 친동생이다. 올트먼이 중동에서 자금을 끌어들여, 미국에서 설계하고, 아시아에서 생산하겠다는 원대한 구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조~7조달러(약 6600조~9300조원)에 달하는 투자 자금 유치를 목표로 뛰어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올트먼은 "모으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제발 알려달라. 관심이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보도 방향은 맞지만, 금액은 틀렸다"는 것이다. 9000조원은 모든 반도체 기업을 사고도 남는 돈이다.
시가총액만 놓고 보면 엔비디아 2379조원, TSMC 897조원, 삼성전자 481조원, 인텔 238조원, 퀄컴 218조원 정도 된다.
금액이 틀렸지만 이는 큰 시사점을 던진다. 오픈AI 기업가치는 116조원을 넘는데, 작년 매출액은 2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매달 16억명이 챗GPT 사이트를 방문하지만 구글처럼 큰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고객들이 챗GPT에 질문을 한 번 할 때마다 답변 생성에 1~2원씩 비용이 발생하고 챗봇에 광고를 붙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90%를 차지한 엔비디아의 분기 매출이 매번 100%씩 성장하는 것과 대비된다. 그래서 오픈AI는 반도체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오픈AI는 단적인 예일 뿐이다. 미국은 AI 전쟁에서 최대 적수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AI 칩 수출 통제까지 단행했다. 그러자 중국에서는 엔비디아의 PC용 칩인 '지포스 RTX 4090'을 분해해 클라우드용 칩으로 '불법 개조'하는 사례마저 빈번해지고 있다.
AI 전쟁이 반도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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