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정부·여당을 향해 작심한 듯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참으로 기막힌 뇌물 수수 의혹이지만, 그 이면에 있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박절했냐 박절하지 않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고 운을 뗐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KBS 대담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누구에게도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대표는 “국가 안보에 구멍이 난 대표적 사례”라며 “외부인이 확인도 안 되는 물체를 갖고 영부인을 몰래 만난 것은 국가 시스템의 치명적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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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독일·덴마크 순방 연기도 꼬집었다. 이 대표는 “국가 간 정상외교 일정을 나흘 전 갑자기 취소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라며 “북한 도발 우려 때문이라고 했다는데, 어떻게 국가 안보를 핑계로 외교를 취소하나”라고 반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공격했다. 이 대표는 “여당이 위성정당을 먼저 만들어놓고 야당을 비난할 수 있느냐”며 “도둑이 뻔뻔스럽게 주인에게 몽둥이 들고 달려드는 걸 적반하장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5일 이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방침을 정하자, 한 위원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같은 사람도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제도”라고 비난했는데, 이를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의 ‘돈 봉투 영상 논란’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종특’(종족 특성)이라는 말이 있는데 후안무치와 적반하장이 국민의힘의 ‘종특’이냐”며 “국회에서 제명할 사항이고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영상은 2022년 10월 촬영된 것으로, 정 의원이 한 남성에게 흰 봉투를 받아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담겼다. 봉투를 당일 돌려줬다고 반박한 정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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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사이, 민주당에서는 이른바 ‘돈 봉투 사법리스크’가 또다시 공천 뇌관으로 떠올랐다. 복수의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설 연휴 기간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의원에게 전화해 내용을 물었다고 한다.
이와 별개로 뇌물 수수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4선 노웅래 의원과 ‘라임 금품수수 의혹’으로 재판 중인 재선 기동민, 초선 이수진(비례) 의원에 대해선 컷오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은 “일부 의원은 인정한 부분도 있어서 당도 (처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당 관계자도 통화에서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있어서 공천이 어렵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 의견”이라고 밝혔다.
당 일각에선 이들과 대장동, 위증교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재판 중인 이 대표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는 다른 후보들의 사법리스크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최고위원인 장경태 의원은 16일 라디오에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 대표 관련해선 검찰이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엄호했고, 한병도 의원도 “(다른 의원들은) 다 본인과 관련된 것인데, 이 대표는 본인과 (직접) 관련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수천만원대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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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 대표의 후원금 모금은 34분 만에 한도액인 1억5000만원을 채웠다. 2023년 6월 후원금 모금 때도 29분 만에 한도액을 채웠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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