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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연금과 보험

“1년에 해외여행 3번 가도 돈 걱정 없죠”…퇴직연금 불리는 비결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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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시의 플린더스스트리트역 앞을 현지인들이 거닐고 있다. [멜버른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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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의 외식업체서 근무하는 30대 제이미 마틴 씨는 매달 회사를 통해 퇴직연금(슈퍼애뉴에이션)을 납입하고 있다. 현재 매달 자신의 월급 기준으로 11%에 달하는 금액이 자동으로 자신의 퇴직연금 계좌에 쌓인다. 올해 7월부터는 11.5%, 2025년에는 12% 수준을 매달 납입한다. 마틴 씨가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인 65세가 되면 70만 호주달러(약 6억 450만원)을 받게 될 예정이다.

마틴 씨는 “내 펀드에서 ‘고성장형(High Growth)’ 상품 옵션을 선택해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있다. 50대가 넘어가면 ‘혼합형(Balanced)’ 상품으로 바꿀 예정”이라며 “정부가 제공하는 웹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현재 내 계좌에 쌓이는 금액을 추산하면 65세 이후에 1년에 세번까지 해외 여행을 가도 풍족한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연금 천국’ 호주에서는 올해 기준으로 만 30세 성인이 30년을 근속하면 평균 50만 호주달러(약 4억3180만원) 안팎을 받게 된다. 현재 65세가 되어서 퇴직을 시작한 이들(정규직·계약직 모두 포함)의 중간값 기준으로도 25만~30만 호주달러(약 2억1600만~2억6000만원)를 받는다. 본인이 기업에서 근속하는 경우는 기업이 알아서 매달 연금을 납입해 별도로 본인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퇴직 후 한달에 160만원 이상 받는 기초연금은 별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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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과 사용자인 기업의 기여금 납부를 강제화한 DC형태의 기금형 제도다. 특히 한국이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하기 시작한 디폴트옵션을 2013년에 ‘마이슈퍼(MySuper)’라는 명칭으로 활성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금 강국으로 성장해왔다. 호주 퇴직연금 자산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3조5600억 호주달러(약 3075조 원)에 달하는데, 수년간 최대 8%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0.5%라는 마이너스 수익률이지만, 5년 장기로 보면 4.8%까지 수익률이 올라섰다. 7년을 장기투자하면 5.8%였고, 10년 6.2%, 19년까지 늘려도 6%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냈다. 한국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A증권사의 수익률 상위 5%에 속하는 고객의 1년 수익률이 2.89%이고, 지난 5년간 평균 1%대 안팎의 저조한 평균 수익률을 낸 것과 비교된다.

호주의 유료도로 관리회사인 트랜스어번에서 퇴직을 몇년 앞둔 앤 스타일스(63)씨도 “지난 40여년간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퇴직연금 규모를 키워왔는데, 현재 40여년 누적 수익률이 8.89%”라면서 “현재 ‘보수적 성장형’ 옵션을 선택하고 있는데, 호주 국내주식이 15%, 미국 등 해외 주식이 18% 비율로 구성된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입자들은 디폴트옵션인 마이슈퍼 도입 이후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퇴직연금 수탁회사들이 많든 각각의 옵션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옵션은 각각 ‘현금 보유, 보수적, 보수적 성장, 성장, 고성장’ 유형으로 나뉜다. 생애주기에 따라 20~30대는 해외주식의 비중을 높게 구성한 고성장이나 성장 옵션에 집중하는 반면,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보수적인 자산배분을 노리는 옵션으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가입자들은 65세까지 인출을 최대한 막는 시스템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강제적으로 장기투자를 하게 된다. 퇴직연금 전체 가입자 비율이 전체 3위(180만명) 펀드인 호스트플러스(Hostplus)의 콘 미찰라키스 연금정책 부사장은 “5년에 한번 주기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제 주기가 발생한다. 이때 상장주식, 비상장주식, 벤처캐피탈 투자 등 결국 장기 투자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게 유일하게 고수익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IFM인베스터스의 잭 메이 이사는 “호주 연금 시스템은 65세까지 퇴직연금 인출을 최대한 어렵게 하면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시스템”이라며 “호주인들은 리스크를 짊어지면서 장기투자하는 방식만이 유일하게 부를 늘릴 수 있고, 퇴직 후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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