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 TCK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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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국토 면적과 부족한 자원, 높은 교육열과 발달한 첨단 기술…. 한국과 이스라엘의 공통점이다. 여기에 북한(한국)과 중동(팔레스타인·레바논 등)을 이웃에 둔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까지 닮았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5달째 전쟁 중이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글로벌 ‘큰 손’ 투자자의 자문가로 유명한 오하드 토포 TCK인베스트먼트 회장은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은) 비슷한 환경이지만 주식 시장의 저평가,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이스라엘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스라엘 증시(TA35)는 지난해 10월 전쟁이 발발한 직후 14.3%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완전히 회복했다.
토포 회장은 한국 증시를 “글로벌 투자자에게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까지 겹쳐 본래 가치보다 저평가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과 맞닿은 지정학적 요인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의 핵심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주식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불편하게 하는 요소로 ▶정부의 갑작스럽고, 적극적인 개입에 따른 정책 변동성 ▶주요 사업의 수익성을 늘리는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기업의 의사결정 ▶기업의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상대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해선 “기업 지배 구조가 투명하고 정부가 민간에 덜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투자자가 회사를 선택할 때 원하는 요건부터 채워야 한다”며 “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통해 배당할 수 있어야 하고, 회사의 경영진을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과세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든 자산 계층에 걸쳐 국내·해외 주식을 불문하고 통일된, 단순한 과세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며 “기업인이 정부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세제 혜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을 통해 쌓은 부(富)를 증시를 통해 더 불리고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외국인 투자가 늘고, 국내 투자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과도한 상속세를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은 것과 관련해선 같은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한국과 이스라엘은 내수 시장이 작고,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이스라엘에는 상속세가 없다”며 “(이스라엘과 한국처럼) 주식 투자에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나라는 더 큰 보상이 필요하고, 세금도 적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은 투자 환경을 만드는 측면에서 이스라엘이 일정 부분 시사점을 줄 수 있을 뿐이지, 한국보다 낫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양질의 제조업과 수준 높은 대기업 등 (이스라엘이) 한국에게서 배울 점도 많다”고 덧붙였다.
‘테마주 열풍’이 상징하는 한국의 투자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20년 이상 글로벌 시장 투자해왔지만, 개인이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종목을 일관되게 택하는 경향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가성비(비용 투자 대비 성능)’ 높은(cost-effective)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 오하드 토포
1979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텔아비브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글로벌 자산 관리 전문회사 스퀘어캐피탈에서 투자 전문가로 일하다 하워드 막스오크트리캐피털 회장과 2012년 TCK인베스트먼트를 공동 창업했다. TCK는 서울·런던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투자 금액 2000만 달러(약 270억원)를 ‘하한선’으로 두고 고액 자산가와 일부 기업의 자산 관리에 초점을 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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