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시의 플린더스스트리트역 앞을 현지인들이 거닐고 있다. 멜버른 홍성용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호주 멜버른시 소재 외식업체에서 근무하는 30대 제이미 마틴 씨는 매달 회사를 통해 퇴직연금(슈퍼애뉴에이션)을 납입하고 있다. 현재 매달 본인 월급 기준으로 11%에 달하는 돈이 자동으로 퇴직연금 계좌에 쌓인다. 올해 7월부터는 11.5%, 2025년에는 12% 를 매달 납입한다. 마틴 씨가 퇴직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나이인 65세가 되면 70만호주달러(약 6억450만원)를 받게 될 예정이다.
마틴 씨는 "내 펀드에서 '고성장형' 상품 옵션을 선택해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있다. 50대가 넘어가면 '혼합형' 상품으로 바꿀 예정"이라며 "정부가 제공하는 웹사이트 정보에 따르면 현재 내 계좌에 쌓이는 금액을 추산하면 65세 이후에 1년에 3번 해외여행을 가도 풍족한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연금 천국' 호주에서는 올해 기준으로 만 30세 성인이 30년을 근속하면 평균 50만호주달러(약 4억3180만원) 안팎을 받게 된다. 현재 65세가 돼서 퇴직한 이들(정규직·계약직 포함)의 중간값 기준으로도 25만~30만호주달러(약 2억1600만~2억6000만원)를 받는다. 개인이 기업에서 근속할 경우 기업이 알아서 매달 연금을 납입해 별도로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퇴직 후 한 달에 160만원 이상 받는 기초연금은 별도다.
호주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퇴직연금 가입과 사용자인 기업의 기여금 납부를 강제화한 확정기여(DC) 형태의 기금형 제도다. 한국이 지난해부터 본격 시행하기 시작한 디폴트옵션을 호주는 2013년에 '마이슈퍼(MySuper)'라는 명칭으로 활성화했고 이를 바탕으로 연금강국으로 성장해왔다. 호주 퇴직연금 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3조5600억호주달러(약 3075조원)에 달하는데, 수년간 최대 8%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개 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0.5%라는 마이너스 수익률이지만, 5년 장기로 보면 4.8%까지 수익률이 올라갔다. 7년을 장기투자하면 5.8%였고 10년 6.2%, 19년까지 늘려도 6%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냈다. 한국에서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A증권사의 수익률 상위 5%에 속하는 고객의 1년 수익률이 2.89%이고, 지난 5년간 평균 1%대 안팎의 저조한 평균 수익률을 낸 것과 비교된다.
호주 유료도로 관리 회사인 트랜스어번에서 퇴직을 몇 년 앞둔 앤 스타일스 씨(63)도 "지난 40여 년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퇴직연금 규모를 키워왔는데, 현재 40여 년 누적 수익률이 8.89%"라면서 "'보수적 성장형' 옵션을 선택하고 있는데 호주 국내 주식이 15%, 미국 등 해외 주식이 18% 비율로 구성된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입자들은 디폴트옵션인 마이슈퍼 도입 이후 본인 투자 성향에 따라 퇴직연금 수탁회사들이 만든 각각의 옵션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옵션은 각각 '현금 보유, 보수적, 보수적 성장, 성장, 고성장' 유형으로 나뉜다. 생애주기에 따라 20·30대는 해외 주식 비중을 높게 구성한 고성장이나 성장 옵션에 집중하는 반면,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보수적 자산 배분을 노리는 옵션으로 바꾸는 게 일반적이다.
가입자들은 65세까지 인출을 최대한 막는 시스템으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강제적으로 장기투자를 하게 된다. 퇴직연금 전체 가입자 비율이 전체 3위(180만명) 펀드인 호스트플러스의 콘 미찰라키스 연금정책 부사장은 "5년에 한 번 주기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경제주기가 발생한다. 이때 상장 주식, 비상장 주식, 벤처캐피털 투자 등에 장기투자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그게 유일하게 고수익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IFM인베스터스의 잭 메이 이사는 "호주 연금 시스템은 65세까지 퇴직연금 인출을 최대한 어렵게 하면서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시스템"이라며 "호주인들은 장기투자하는 방식만이 유일하게 부를 늘릴 수 있고 퇴직 후 삶의 질을 높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멜버른 홍성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