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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연준의 전례 없는 긴축정책에도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연준이 주시해온 주거비 등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밀리고 고금리·고물가 압박이 시장을 짓누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노동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9% 올라 예상치(3.7%)를 상회했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1월 CPI가 모두 전망치보다 높게 나온 것은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고공 행진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포함한 상품 물가는 하락했다. 1월 유류비는 전년 동월 대비 14.2% 떨어져 주요 항목 중 가장 큰 하락률을 보였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을 뺀 상품 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0.3% 내리면서 전체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달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랐다. 연준이 중요하게 여기는 주택과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슈퍼코어 서비스) 물가는 작년 12월보다 0.85% 상승해 2022년 4월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서비스 항목 중에는 'CPI에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6% 올라 전체 서비스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1월 CPI 보고서는 밝혔다.
교통비도 전년 대비 9.5% 오르면서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렸다. 교통비는 주거비 다음으로 지출이 많은 항목이다. 세부 항목을 보면 자동차 보험료가 무려 20.6%나 급등해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자동차 보험료는 17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자동차 보험료가 급등한 것은 부품 교체·수리비용과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수리비는 1년 전보다 7.9% 상승했는데 최근 자동차 반도체 부품 등이 첨단·고도화된 영향이다.
캘리포니아주 산불이나 플로리다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에 따른 차량 사고 증가도 보험료가 인상된 원인이다. 매슈 펄라졸라 블룸버그 보험 애널리스트는 "최근 자동차 보험사 손해율이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과거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한동안 보험료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1월 CPI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상품을 넘어 서비스로 확대되는 징후를 보고자 한 연준 위원들은 반대 결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물가가 생각만큼 잡히지 않으면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5월에서 6월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CPI 결과가 공개되자 CME그룹 페드워치에서 5월 인하 확률은 발표 전 60%에서 발표 후 35%로 떨어졌고,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41.6%에서 65.8%로 껑충 뛰었다.
블룸버그는 채권 관계자들을 인용해 올해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세 차례 내릴 것이 유력하고 네 차례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초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캐럴 슐레이프 BMO패밀리 오피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CPI는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론에 대못을 박은 것"이라며 "견고한 경제에 대한 증거이자 아직 잡아야 할 인플레이션이 남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TD증권의 한 채권전략가는 "1월 CPI가 게임체인저가 됐다"며 "물가 상향 압박이라는 실제 리스크가 생겼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CPI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결과까지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CPI 상승의 주범인 주거비는 PCE에서는 비중이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구성 항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1월 PCE는 오는 29일 발표된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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