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은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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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때문에 가족을 살해한 자, 연쇄 살인자, 학교 후배를 강간해 자살하게 만든 비행 청소년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자를 사법 당국이 아닌, 한 개인이 처단했을 때 이를 '정의'라 부를 수 있을까. ‘죽어 마땅한 사람’은 누가 결정하고, 어떤 심판을 내려야 할까. 지난 9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 ‘살인자ㅇ난감’은 이러한 묵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대학생 이탕(최우식)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 중에 한 남성과 시비가 붙는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던 그는 편의점에서 챙겨온 망치로 엉겁결에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우연의 일치로 살인의 증거는 모두 사라졌고, 그가 죽인 남자는 12년 간 지명수배 중이던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도 드러난다. 이어진 살인도 마찬가지다. 이탕이 우발적으로 죽인 사람들은 모두 흉악범인데다 증거물들이 사라지면서 그는 수사망을 피한다. 그는 스스로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고, 살인에 대한 죄의식도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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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 아역, 딥페이크 활용…“정치 논란? 황당해”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 형사 장난감(손석구)은 별다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용의자 이탕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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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은 작가 꼬마비의 죽음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네 컷 만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원작은 2011년 대한민국콘텐츠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연출을 맡은 이창희(41) 감독은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원작을 처음 봤을 때, 훌륭한 만화적 표현들을 영상화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내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 ‘사라진 밤’(2018),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2019) 등 장르물 위주로 작업해 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총 150명의 배우를 캐스팅했고, 과거 회상이나 인물의 어린 시절이 나오는 장면에는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했다. 특히 이탕을 쫓는 형사 장난감 역의 배우 손석구와 그의 아역은 생김새가 유사해 화제가 됐다. 이 감독은 “리얼리티(사실감)를 좋아한다”면서 “보통 아역과 실제 배우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데, 이러한 영화적 허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CG(컴퓨터그래픽)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기는 실제 아역 배우가 하지만, 얼굴은 손석구의 어린 시절 사진과 이미지 모델링을 통해 구현한 CG를 입혔다”고 설명했다.
극 중 건설사를 운영하는 형성국(승의열) 회장이 접견실에서 초밥을 먹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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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직후 정치색 논란도 있었다. 극 중 건설사를 운영하는 형성국(승의열) 회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황당하고 난감한 상황”이라며 “분명하게 선을 긋고 싶다. 정치적 견해를 반영했다면 그런 치졸한 방식으로 녹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에 없던 형 회장의 죄수 번호 4421번, 초밥을 먹는 장면, 손녀의 이름 등이 이 대표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우연의 일치도 있지만, 억지로 끼워서 맞춘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제가 (수감) 번호를 지정하진 않았는데, 의상팀에 확인해보니 아무 번호나 붙였다더라. 손녀의 이름(형지수)은 제작진 중 김지수 프로듀서의 이름에서 따왔고, 초밥은 드라마 속 여러 먹는 장면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배우의 외모와 관련해선 캐스팅할 때 한 번도 해당 정치인을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연기력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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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 “이탕의 능력?…그에겐 저주일 것”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 송촌(이희준)은 악행을 저지른 이들에게 반성문을 쓰게하고 직접 단죄에 나선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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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은 공개 3일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부문(비영어) 2위에 올랐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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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끝에 괴력의 살인마 송촌(이희준)이 등장하면서, 드라마는 이탕·장난감·송촌의 삼각 구도로 전개된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이탕이 수동적인 인물이라면, 송촌은 능동적으로 살인을 하며 단죄자를 자처하는 극단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탕에게 “너도 나처럼 같은 일을 하는데, 너는 (살인에 대한) 확신이 있어?”라고 여러 차례 물으며 살인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반면, 형사 장난감은 이탕에게 “(스스로) 다르다고 생각해? 근데 너는 분명히 잡힌다. 내가 아니더라도”라고 말하며 그의 살인이 범죄임을 강조한다.
살인 후 점차 변해가는 이탕을 연기한 배우 최우식(34)은 이날 진행한 인터뷰에서 “죽이는 행위 자체보다 인물이 살인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 변화와 타협하는 모습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살인에 익숙해진 이탕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근육을 단련하고 눈썹을 탈색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외형적으로는 바뀌었더라도 결국은 평범한 대학생 이탕”이라고 한다. 그는 “촬영 내내 ‘정당한 살인은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면서 “정당한 살인은 없다는 것이 제 결론이고, 이탕 역시 (살인의 정당성에 대해) 타협을 못 한 모습을 보여드리려 (연기적으로) 욕심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의 살인이 능력인지 운인지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능력이라 하더라도 그에겐 저주받은 능력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부문(비영어) 2위에 올랐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한국을 포함해 인도·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 11개국에서 시청시간 1위를 차지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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