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병원 존재 이유"…의사들 "필수 의료 인력 늘어난다는 보장돼야"
13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날밤 진행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집행부가 모두 사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파업 돌입 여부와 방식 등을 논의 했지만 결론을 내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2.1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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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범 김민수 임윤지 기자 = "밥그릇 싸움할 게 아니라 환자와 의료 서비스 향상이 핵심인데…"
13일 오전 찾은 대형 종합병원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접수 창구는 열리기 전부터 대기열이 늘어섰고, 각 과 진료실 앞은 만석이었다.
◇ "의사 늘어야 지방에서도 진료받을 수 있어요"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반발해 집단 휴진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환자들은 걱정과 탄식을 쏟아냈다.
이날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대병원을 찾은 신모씨(29·남)는 "이렇게 강대강 대치로 가는 게 맞나 싶다. 환자들이 병원의 존재 이유인데 주객이 바뀐 거 같아 씁쓸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울산에 사는 60대 여성 박모씨는 심장 질환으로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울산에도 종합병원이 있지만 부족한 의료 인프라 탓에 환자들이 몰려 병원 방문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 서울은 조금만 가도 세브란스에 아산병원에 큰 병원이 많지만, 비교적 큰 도시인 울산만 해도 대학병원이 하나밖에 없다"며 "의사 수가 늘어서 지역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한 송명천씨(63·남)는 "의사분들 생각도 이해는 하지만 이 분야가 대체 가능한 인력이 없기 때문에 파업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13일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고 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날밤 진행한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박단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집행부가 모두 사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파업 돌입 여부와 방식 등을 논의 했지만 결론을 내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2.1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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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들도 '답답'…"필수 의료 인력 늘어난다면 찬성"
상황이 답답한 건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과 의사 단체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전날 대의원 임시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비대위 체제 전환 이외의 총회 결과에 대해 알리지 않고 있다.
이날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외상외과 전공의인 A씨는 "(대전협) 회의 결과에 따라 행동할 거 같다"며 "당직 설 때 수술에 여러 차례 들어가는데 이렇게 힘든데 인원을 늘린다고 누가 외상외과에 올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소아과도 외과도 힘들어서 인기가 없는데 결국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의료진은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여론이 다 기울었고, 여기 환자들도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할 텐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한 의사는 "파업을 하고 싶어도 밀린 진료가 많아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탄식을 내뱉었다.
응급의학과 소속 의사인 30대 B씨는 "필수 의료 인력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있으면 의사 수 증원에 찬성하지만, 그런 보장도 없이 갑자기 2000명 늘린다니까 뭘 위한 증원인지 잘 모르겠다"며 "대학 교육 시스템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의사 면허 박탈 등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환자인 박씨는 "파업 시 면허 취소 같은 강경 대응보단 계속 대화하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는 30대 간호사 임모씨는 "의사 정원 확대에는 의사 빼고 다 찬성할 것"이라면서도 "파업 시 면허 박탈은 목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필수 의료 분야 의사를 늘리는 게 관건인데 의사와 정부 간 기 싸움만 팽팽하게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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