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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명성 되찾은 '메가 도쿄' … 도심엔 마천루, 베드타운은 자립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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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5 담대한 도전 ◆

매일경제

지난해 11월 문을 연 도쿄 시부야역 인근의 '시부야 사쿠라 스테이지'. 도쿄의 대표 부도심 중 하나인 시부야는 편리한 교통망의 장점을 갖춰 인근에 마천루가 꾸준히 들어서고 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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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방문한 일본 도쿄 다마뉴타운 나가야마역 인근 '브릴리아 다마 뉴타운(옛 스와2가 주택)'.

아파트 안에 위치한 커뮤니티 카페에는 젊은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 있었다. 다마뉴타운에서도 가장 먼저 지어 1971년 입주한 이 단지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비좁은 5층 아파트 23개동이 늘어섰던 곳이다. 하지만 도쿄도와 다마시가 주축이 돼 진행한 재건축 사업 이후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재건축 전만 해도 주민 평균 연령이 68세였는데 새로 들어온 주민은 30·40대 비중이 60%를 차지한다.

일본 도쿄는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메가시티다. 도쿄 옛 도심(도쿄도 구부)의 체계적인 상수원 관리를 위해 주변 농촌·도서지역(도쿄도 다마)과 행정권을 합쳐 1943년 지금의 도쿄도가 지정됐다.

하지만 초창기 도쿄도는 메가시티 형태만 있을 뿐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1970년대 다마신도시 출현도 메가시티와 관련한 정밀한 분석보다는 도쿄 인구 과밀과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급조된 측면이 강했다. 결국 2000년대 이후 다마신도시는 슬럼화가 진행되며 '실패한 베드타운 신도시'의 대명사로 남게 된다.

이명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도쿄도는 메가시티 마스터플랜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졌는데 갑자기 넓어진 시 영역과 체계적이지 않은 개발 때문에 도쿄 경쟁력을 오히려 갉아먹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허술했던' 메가시티 도쿄가 '글로벌 경쟁력 3위 도시'로 성장한 것은 2000년대 도쿄도 차원의 종합개발계획이 나오면서부터다. 2040년을 목표로 제시한 도쿄도의 '환상형 도시계획' 중 주요 영역이 다마뉴타운 등 외곽지역 재생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던 도쿄도는 지난해 전문가들로 구성한 위원회를 만들고 밑그림을 본격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 공개한 보고서의 핵심은 주거와 교육, 직장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주(住)·육(育)·직(職)'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초기 다마신도시 콘셉트가 도심에 직장을 두고 이곳에서 잠만 자는 '베드타운'이었다면, 이제는 새싹기업(스타트업) 창업 등을 촉진해 자급자족 기능도 갖춘 도시가 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도쿄도는 이를 위해 명문 공립대학인 도쿄도립대를 다마신도시로 이전하기도 했다. 다마신도시 거주공간은 노후화된 주택을 재건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반시설에서도 구릉이 이어지는 바람에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아파트 사이를 이동해야 하는 부분을 평지화하기로 했다.

김미덕 다마대 교수는 "다마신도시는 도심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고 있어 거주 여건만 좋아진다면 얼마든지 회생할 수 있다"고 했다. 도쿄도는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철도 교통을 주목했다. 도쿄 도심과 외곽을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해 양측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다. 도쿄 도심과 부도심은 '메가시티 리전'의 허브 기능을, 외곽은 자족 기능을 어느 정도 갖춰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쿄는 마루노우치와 신주쿠, 시부야, 시오도메, 시나가와 등 곳곳에서 파격적인 용적률을 제공하며 도심 재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쿄도 도시정비국 담당자는 "세계적으로 매력적인 도시가 늘어난 상황에서 도쿄 핵심지 노후화를 그대로 두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어렵다"며 "코로나 이후 달라진 일하는 방식에 맞춰 중심지도 새롭게 정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도쿄도는 우선 신주쿠역 동쪽 '히가시신주쿠' 재개발 때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지역 18만9000㎡를 대상으로 기존 800~900%의 용적률에 200%를 더해주는 방식이다. 신주쿠역 서부 '니시신주쿠'의 변화 노력은 더욱 뚜렷하다. '신주쿠 그랜드터미널'이란 야심 찬 청사진을 통해 공간 재창조에 나섰다. 2040년대 중반까지 신주쿠역과 신주쿠중앙공원 사이에 있는 니시신주쿠를 촘촘한 교통망과 함께 오피스와 레지던스·호텔·쇼핑·문화시설이 어우러지는 초대형 복합단지로 탈바꿈하는 게 핵심이다. 또 다른 부도심 시부야의 변화는 더 화려하다. 2019년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가 문을 연 지 꼭 4년 만인 지난해 11월 도큐부동산에서 개발한 복합공간인 '시부야 사쿠라 스테이지'가 시부야역 바로 옆에 문을 열었다. 이곳을 시작으로 시부야역 인근에 2029년까지 5개의 마천루를 건설한다. 사쿠라 스테이지는 준공 시점에 95%가 선분양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구로가와 야스히로 도큐부동산 도시사업유닛 본부장은 "시부야역 인근은 과거 시부야에 향수를 가진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층, 외국인까지 전 세대와 인종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2027년 개통 예정인 주오신칸센(中央新幹線)은 도쿄도의 메가시티화를 더욱 촉진할 전망이다. 자기부상철도인 주오신칸센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으로 최대 시속 600㎞로 주행한다. 이 노선이 뚫리면 가나가와현역과 다마신도시 중심 게이오다마센터역까지 10~15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일본 최대 공업단지 나고야에서 다마신도시가 1시간 거리로 단축되면 이 지역으로 기업 유치도 가능해질 것으로 도쿄도는 기대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본 자체 인구는 줄어도 도쿄도 인구는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초거대 도시인데도 발전이 이뤄지지 못하는 멕시코시티와 같은 곳도 적지 않은 만큼 도쿄는 대도시 권역이 성장하는 사례로서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서찬동 기자(오사카) / 이승훈 기자(도쿄) / 이희수 기자(런던·맨체스터) / 손동우 기자(서울) / 박동민 기자(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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