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해 건강은 빠뜨릴 수 없는 요소입니다. 나이에 따라 신경 써야 할 건강 이슈들이 다릅니다. 설 명절을 맞아 선물도 좋지만 연령대별 챙겨야 할 건강 포인트를 체크해보는 건 어떨까요. 중앙일보가 서울대병원 전문가 도움을 받아 연령별 슬기로운 건강생활을 짚어봤습니다. 두 번째는 안과 박기호 교수와 알아보는 20~30대의 눈 건강 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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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 20대 이후로도 악화될 수 있어
비문증. 사진 서울대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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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는 초점이 망막 앞에 맺혀 가까운 곳 보다 먼 곳을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상태다. 대부분 성장기까지 진행하다 멈추지만, 고도근시 또는 초고도근시의 경우는 20~30대까지도 진행될 수 있다. 라식이나 라섹 후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도수가 점점 올라가면 고도근시나 초고도 근시의 진행을 의심할 수 있다. 계속 진행하는 근시는 망막질환, 녹내장, 백내장, 사시, 안구돌출 등 여러가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20~30대 근시 환자는 안과를 방문해 근시로 인한 망막이나 시신경 이상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근시는 망막의 노화와 변성을 더 빠르게 진행시킨다. 젊은 나이에 비문증, 망막박리, 황반변성을 유발할 수 있다. 비문증은 검은 점 혹은 머리카락 같은 것이 떠다니는 증상으로, 액화된 유리체의 일부가 망막을 건드리면서 섬광이 보이는 ‘광시증’이 동반될 수도 있다. 근시가 있는 사람에서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시야의 주변이 검은 커튼을 친 것처럼 가리는 현상이 나타나면 망막박리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높아 빨리 안과를 찾아야 한다. 물체가 휘어져 보이거나 중심부분에 암점이 발생했을 때에는 황반의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망막박리가 동반된 비문증. 사진 서울대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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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도 녹내장 안심 금물
근시는 녹내장의 위험도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시가 심하면 녹내장 검사를 꼭 받아야 하고, 안압이 올라가는 자세나 운동 또는 생활습관을 피해야 한다. 또한 근시가 유전될 확률은 60~80%로 높고, 녹내장이 유전될 확률은 10~20%로 알려졌기 때문에 가족 중 근시성 녹내장이 있는 20~30대는 녹내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녹내장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안압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는 안압이 정상인데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정상안압녹내장’이 서양인에 비해 2~3배 된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20~30대 근시가 급증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근시와 관련된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도 늘고 있다. 이 경우, 안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받는다. 정상 범위의 안압도 환자의 시신경에 무리를 주는 상태이기 때문에 평균안압 및 일간 안압 변동 폭을 낮춰 추가적인 시신경 손상을 방지하는 것이다.
20대 후반 녹내장 환자의 좌안 시신경정밀촬영(OCT) 결과. 눈병으로 진료 중 우연히 녹내장 진단받은 환자는 진단 당시 좌안 시야 정상이었지만 4년 만에 시야가 5% 저하되고 시신경 두께는 약 10% 감소했다/ 사진상 노란색 부위 하단이 우측으로 갈수록 눈에 띄게 줄었다. 사진 서울대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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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예방하려면 안압 관리 필수
근시 등 위험인자가 있는 젊은 성인은 녹내장을 예방하려면 평소 안압을 높이는 습관들을 피해야 한다. 엎드려 자는 자세는 안압을 1.5~2배 높이고, 거꾸리 기구를 이용한 운동이나 물구나무 요가자세는 안압을 2배 이상 높인다. 수영 중 고글이 눈을 압박하거나 관악기를 연주할 때에도 안압이 올라간다. 어두운 환경에서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2018년 서울대병원의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20~30대 성인이 밝은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15분간 사용할 경우 안압이 13% 상승했다. 어두운 환경에서는 25%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높아진 안압은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한 5분후부터 다시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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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민턴·야구 때 보호안경 도움
20~30대는 외부 활동 중 생기는 눈 외상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스포츠 활동, 실험실, 작업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눈 외상을 피하기 위해 ‘보호 안경’을 미리 착용하기를 권한다. 응급실에 내원한 젊은 환자들을 보면 배드민턴 셔틀콕, 테니스공, 야구공 등에 눈을 다친 경우가 흔하다. 벽에 못을 박거나 묘소의 벌초 중에 이물질이 안구를 뚫고 들어가는 경우, 밤을 따다가 밤송이에 각막을 찔려 병원에 오는 환자들도 흔히 있다. 실험 중에 강한 산이나 알칼리 용액이 눈에 튀어 각막과 결막이 영구적으로 손상되는 경우도 있다. 안약병과 유사한 접착제, 액상담배, 무좀약을 안약과 혼동하여 점안하고 응급실로 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안약은 점안 전에 꼭 약병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사람은 렌즈를 철저히 관리하고, 렌즈로 인한 각막의 손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렌즈를 처음 착용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안과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무 탈 없이 렌즈를 착용하고 있다가도 이상 증상을 느낄 때면 이미 치료 시기가 늦는 경우가 있다. 1년에 한두 번씩 안과에서 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착용 기간이 보통 1~2주 정도인 연속착용렌즈는 장기간 착용시 각막의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다면 잘 때는 렌즈를 빼고 자도록 한다. 일회용 렌즈는 처음 개봉시 묻어 있는 보존액을 생리식염수로 씻고 착용하길 권한다. 건조한 환경에서는 렌즈로 인한 각막 손상이 더 취약해 질 수 있으므로 장시간 비행 혹은 자동차 운전시에는 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는 것을 권한다.
황반변성 2가지 전조증상. 사진 서울대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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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건강 또 다른 적 ‘안구 건조증’
겨울철 혹은 건조한 실내에서 안구의 표면은 쉽게 건조해진다. 특히 모니터를 집중하여 오래 주시하는 작업을 할 경우 눈의 깜박임이 줄어들어 건조가 더욱 심해진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눈에 휴식과 수분을 공급하려면 20~30분에 한 번씩 근거리 작업을 멈추고, 1~2분 정도 먼 곳을 바라보거나 눈을 의도적으로 깜박이거나 감고 있어야 한다.
건조가 심해지면 각막에 염증 또는 혼탁이 발생하며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실내의 건조한 환경을 개선하고 인공눈물, 눈물분비촉진제, 염증조절제를 안과에서 처방받아 점안하는 것도 필요하다. 눈물에 기름 성분을 공급하는 눈꺼풀 기름샘에 염증이 생기면 눈물층이 불안정해져서 안구건조가 심해진다. 이 경우 눈꺼풀 염증치료를 받거나, 일회용 안과 소독용 솜 또는 소독용액을 적신 면봉으로 속눈썹이 있는 눈꺼풀 가장자리를 닦아주는 눈꺼풀 청소, 눈꺼풀 온찜질이 안구건조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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