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게임과 신규 게임 조화 이룬 넥슨과 '배틀그라운드' 건재한 크래프톤 미소
리니지 시리즈 매출 하향에 시달리는 엔씨와 신작 인기 기대 못 미친 카겜 울상
넷마블은 연간 실적 2년 연속 적자 그쳤지만 7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 행진 끊어내
지난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실적 희비가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과 크래프톤이 2022년 대비 높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선방했고, 넷마블은 적자를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2022년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면 엔씨소프트·카카오게임즈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지난해 매출 4234억엔(약 3조9323억원), 영업이익 1347억엔(약 1조251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0%, 30% 증가한 수치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크래프톤 역시 지난해 매출 1조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 2.2% 늘었다. 지난해 여러 게임사들이 전년 대비 실적이 깎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양사의 선방 요인을 보면 넥슨은 '다양성', 크래프톤은 '원히트'로 요약된다.
넥슨은 기존 인기작인 메이플스토리, FC 온라인, 던전앤파이터 등이 변함없이 견조한 실적을 낸 가운데 '데이브 더 다이버', '더 파이너스', '블루 아카이브' 등 비교적 최근에 출시한 게임들도 글로벌 전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다채로운 게임들이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반면 크래프톤은 2017년 출시된 'PUBG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가 PC·모바일 등 플랫폼과 중국·인도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여전한 힘을 발휘한 것이 주효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의 서비스가 재개되면서 게임 트래픽과 매출 성장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넷마블의 경우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연간 기준 영업손실에 그쳤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77억원으로 7분기 동안 이어지던 분기 적자 행진을 끊어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22년 1087억원에 달했던 적자는 이듬해 696억원까지 줄었다. '신의 탑: 새로운 세계', '세븐나이츠 키우기' 등 넷마블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발휘하던 모바일 게임에서 성과를 낸 것이 주효했다. 다만 아직 연간 흑자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지난해 가장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게임사로는 엔씨소프트가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 1조7798억원, 영업이익 13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0.8% 줄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75%나 감소했다. 4분기 기준으로만 봐도 매출 4377억원, 영업이익 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92% 급감했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실적보다도 낮은 '어닝 쇼크'다.
주력 플랫폼인 모바일 게임에서 매출이 38%나 감소한 것이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리니지' 모바일 시리즈들의 매출이 하향세를 기록함에 따라 전체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PC 게임 매출 역시 2022년 3904억원에서 2023년 365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PC 게임 신작 '쓰론 앤 리버티'가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PC 부문에서의 매출 감소세를 막지 못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 8일 진행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시장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실적이 위축되고 주가도 크게 떨어진 상황임에도 김택진 대표가 128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성과급을 가져갔다는 점,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도 인수합병(M&A)이나 주주환원에 소극적이라는 점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방만한 것을 줄이려고 하고 있으며, 곧 여러 좋은 안을 도출해서 실행하려고 한다"며 "주주들에게 저희의 변화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대해 열심히 소통하겠다"고 답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2023년 매출 1조241억원, 영업이익 7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58% 감소했다. 3년 연속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출시한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아키에이지 워' 등 여러 게임들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다소 아쉬운 실적에 그쳤다. 그나마 4분기에는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 기존 인기작들의 업데이트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끌어올렸다.
이처럼 게임사별 상황에 따라 실적 희비가 갈리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게임업계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찬바람이 부는 상황이다. 외부 활동이 다시 늘어나며 게임에 대한 수요 자체가 줄어든 데다가 게이머들을 사로잡을 게임 개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3월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도 국내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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