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북 경제합의 일방폐지는 관계전환 선언 후속조처"
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남북 경협 관련법안 폐지 |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이 지난 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남북 경제협력(경협) 법령과 경협 합의서를 폐지한 것은 작년 말 선언한 남북관계 전환 관련 후속 조처로 평가된다.
다만, 남북 경협 이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당장 상황 변화나 우리 정부의 대응 조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 간 체결된 합의서는 총 258건이며 우리 정부는 그 가운데 112건(공동보도문 28건 포함)을 경제분야 합의서로 분류한다.
식량차관 제공, 남북 간 투자 보장, 남북 상사 중재, 철도·도로 연결·운영, 개성공단 건설·운영, 금강산 관광, 남북 수산협력, 남북 농업 협력, 남북 해운, 경공업 및 지하자원개발 협력, 보건의료·환경보호 협력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어떤 합의서가 폐지됐는지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북한의 남북 경협 합의서 폐기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016년 3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 시각부터 북남사이 채택 발표된 경제협력 및 교류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들을 무효로 선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관련 법령과 합의서를 폐지하는 공식 절차까지 거쳤다.
통일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2016년의 합의서 무효 선포가 선언적인 성격이라면 이번에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법령과 합의서를 폐지해 더욱 공식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며 "조평통 폐지 등 작년 말 남북관계 전환 선언 이후 일련의 조치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하고 경협도 완전히 중단됐기 때문에 북한의 일방적 합의서 폐지로 인해 남측에 영향을 줄 만한 조처는 없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경협 중단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합의 대부분을 이행하기 어려워진 탓이 크다. 우리는 합의를 이행했으나 북한이 계속 이행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2000년 이래 몇 차례 체결된 식량차관 제공 합의가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경협 합의에 따라 북한에 총 9억3천50만달러 규모로 식량차관을 제공했으나 북한은 지하자원으로 240만달러를 상환했을 뿐이다. 미상환 금액이 9억2천만달러가 넘는다. 다만 북한이 폐지한 합의서에 식량차관 제공 합의가 포함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통일부가 경제 분야 합의서로 분류한 임진강 수해방지 관련 합의도 북한이 지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 남북 경협 법령·합의서 폐지 선언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일방적 경협 합의서 폐지에 관해 "북한의 일방적 폐지 선언만으로 합의서 효력이 폐지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 조처에 관해선 "현재 남북 경협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정부가 임박해 취할 조처는 예정된 바 없다"고 했다. 남측에 추가로 영향을 미칠 조처도 없을 것으로 통일부는 예상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경협 법령·합의서 폐지는) 예상했던 바"라며 "이런 조처는 북한의 고립을 더욱 심화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통일부 당국자도 "북한은 남북 합의에 따라 차관 상환 등 의무가 있다"며 "그러한 것을 일방적으로 무효로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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