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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싼 건 40년만에 처음"…청과상 사장님도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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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서울 상계중앙시장 가보니
치솟는 과일값에 판매 뚝, 청과물점 "이런 가격 처음"
손님들도 채소만 만지작…폐업도 속출, 3곳 문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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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 상계중앙시장 초입에 있는 채소·청과 소매점. 손님들이 왼쪽 채소 매대 앞에 모여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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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둔 6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 상계중앙시장 초입. 이곳에 위치한 한 점포는 채소와 과일을 모두 취급하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자꾸 채소 매대 앞에 머물렀다. 과일 매대 앞을 서성이는 사람은 40년째 이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 A씨(65)뿐이었다. 손에는 언제라도 바로 상품을 담아주려 비벼놓은 검은 비닐봉지 한 장을 쥐고 있었다.

A씨는 "과일이 이렇게까지 비싼 건 장사 인생 40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사과가 이렇게 비싼 건 처음"이라며 "물가도 워낙에 올랐고 작년에 사과 농사도 어렵지 않았냐"고 말했다.

40년 '베테랑 청과상'이 체감하듯 국내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이날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18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과일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8.1%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8%보다 10배 높았다. 특히 사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6.8%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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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과(1㎏ 기준) 가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도상 한국이 유독 붉게 표시된 모습. /사진제공=NUMB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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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과 가격은 세계 1위 수준이다. 이날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한국의 사과(1㎏ 기준) 가격이 6.79달러(약 9000원)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3위 미국(5.37달러)이나 6위 일본(4.48달러)을 뛰어넘었다. 사과뿐만이 아니다. 1㎏ 기준 바나나도 3.47달러로 1위, 오렌지도 5.72달러로 1위다.

사과는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100% 수확해 유통한다. 정부가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에 따라 사과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과 공급량은 매년 작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과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대체 과일로 옮아가 감귤이나 바나나·오렌지 가격까지 함께 오른다.

비싸다 보니 과일이 잘 안 팔리고 상품성이 금세 떨어져 버리는 양이 많다는 게 A씨 설명이다. 그는 "재작년에 과일을 10만원어치 팔았다고 하면 지금은 그 반토막 정도 팔고 있다"며 "딸기, 바나나, 귤처럼 물기가 많은 과일은 날이 좀만 따뜻하면 이틀 만에 버려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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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쯤 서울 노원구 상계중앙시장 초입에 있는 채소·청과 소매점의 과일 매대. /사진=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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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점포들은 도산을 못 면했다. 2010년 문을 연 상계중앙시장의 전체 80여개 점포 중 청과물 소매점은 A씨 점포가 유일하다. 그 밖에 과일을 파는 곳은 대형 슈퍼마켓이나, 과일 종류 몇 가지를 내놓고 파는 노점상, 배·사과를 10박스 남짓 떼와 파는 신발가게 정도다. A씨에 따르면 최근 이 시장에서 과일을 내놓고 팔던 점포 세 군데가 문을 닫았다.

A씨는 수입 과일 관세 인하책에도 부정적이었다. A씨 가게의 주력 상품은 사과, 배, 딸기, 귤 등 국산 과일일뿐더러 수입 과일이 많지 않다는 것. 이곳에서 파는 샤인머스캣이나 키위마저도 국산이다.

수입 과일은 미국산 레몬·체리·오렌지, 베트남산 용과 정도였다. 정부는 지난달 가계 물가 안정을 위해 수입과일 6종에 대해 할당관세를 시행했다. 수입 오렌지의 관세율은 10%, 다른 5종은 0%로 각각 낮아졌다.

A씨는 "우리 가게 목표는 유지라도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비싸게 들여와서 비싸게 파는 수밖에 없다. 못 판 과일은 다 버려야 하니 손해를 안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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