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는 허위' 주장했던 시인 박진성, 1년 8개월 실형 확정

피해자 실명 공개 등 혐의

박진성 시인. 한국일보 자료 사진

자신에 대해 불거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이 허위라고 주장해 온 시인 박진성(46)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 8개월 선고한 원심을 2일 확정했다. 박씨는 자신에게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A씨의 실명을 공개하고, '허위 미투'를 주장하는 등 총 11차례 A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2015년 인터넷 등을 통해 만난 시(詩) 강습 수강생 A씨(당시 17세)를 상대로 "애인하자"거나 "나중에 손 잡고 걷자"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거듭 거절하며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답변했지만, 박씨는 계속 비슷한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씨는 2016년 10월 온라인을 통해 박씨로부터 "강습 중 성희롱을 당했다"는 취지로 박씨의 범행을 폭로했다. 그러자 박씨는 "돈을 목적으로 허위로 누군가를 성폭력범으로 만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거나 "무고는 중대 범죄" 등 사실상 A씨가 '허위 미투'를 주장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A씨의 실명을 포함한 인적사항을 공개하기도 했다.

1심은 박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박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를 상대로 상당 기간에 걸쳐 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내 성적 굴욕감 내지 혐오감을 느끼게 했음에도, 피해자를 가해자로 지목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의 주민등록증 및 사진을 무단으로 업로드해 인터넷상 불특정 다수인으로 하여금 피해자를 무자비한 인신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당시 막 성년에 이른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어려운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덧붙였다.

이후 박씨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법령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