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사리’를 ‘데친 고사리’로 수입…법원 “부가가치세 면제 안돼”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만 면세 대상

상당 시간 가열하는 공정을 거친 ‘삶은 고사리’는 ‘데친 고사리’와 달리 수입할 때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추석 연휴를 앞둔 작년 9월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콩나물과 고사리 등 제수용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뉴스1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중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가 A씨가 서울세관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등 부과처분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은 사업가 A씨가 중국에서 수입해 온 ‘삶은 고사리’가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2014년 2월~2015년 1월 사이 중국에서 고사리 1200톤 가량을 수입하면서 품명을 데친 고사리로 신고한 뒤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았다. 그러나 서울세관은 A씨가 수입한 고사리가 삶은 고사리에 해당하고, 1~2㎏ 단위로 포장돼 소매 판매되고 있어 부가가치세 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세관 측은 A씨에게 부가가치세 2억4219만원과 가산세 2166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관계 법령상 ‘데친 고사리’와 ‘삶은 고사리’를 구별하는 기준이 없고, 포장은 운송의 편의를 위한 것으로 소매용으로 판매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세관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뉴스1

현행 부가가치세법은 가공되지 않은 식료품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품목의 수입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품목엔 원생산물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도의 1차 가공을 거친 경우가 포함된다. 데친 채소류 등 단순가공 식료품은 포장 단위 그대로 공급하는 경우 면세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단순 운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포장한 경우에는 면세 대상에 포함된다.

재판부는 “A씨가 수입한 ‘데친 고사리’는 60~80도 온도의 물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상당한 시간동안 가열하는 과정을 거친 후 비타민C, 젖산칼슘, 물 등으로 조성된 용액에서 보존·살균 처리된 제품”이라며 “이 사건 수입물품이 가공되지 않거나 원생산물 본래의 성질이 변하지 않는 정도의 1차 가공만을 거친 ‘데친 채소류’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가 “단순 운반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포장에 대해서도 “포장 겉면에 ‘식품위생법에 의한 한글표시사항’이 기재돼 있고, 포장된 상태 그대로 판매돼 운반 편의를 위해 일시적으로 포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수입물품이 데친 채소류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단순 가공 식료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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