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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미, 시리아·이라크·예멘 동시다발 공습…이란 “전략적 실수”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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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라크 안바르주 알카임의 친이란 민병대 하시드 알샤바브의 사령부가 3일 미군 공습으로 폐허로 변해 있다. 알카임/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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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요르단 내 자국 기지를 드론으로 공격해 미군 병사들을 숨지게 한 데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와 시리아 내의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격했다. 또 홍해의 안전을 위협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에도 추가 공격을 가했다. 미국의 보복으로 다시 공을 넘겨받게 된 이란 등은 매섭게 반발했지만, 전쟁을 중동 전체로 번지게 할 만한 전면 보복엔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지난 2일 자료를 내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친이란 민병대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관련 시설 7곳의 85개 표적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공습 대상에는 지휘 시설, 정보 관련 시설, 로켓·미사일·드론·탄약 저장 시설 등이 포함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 영토에 있는 26곳이 이 공격을 받아 민병대원 1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이라크 정부도 자국에서 민간인들을 비롯해 1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 28일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내 전초기지인 ‘타워 22’에서 미군 3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0월 가자 전쟁이 시작된 뒤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 네트워크인 ‘저항의 축’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며 보복을 공언해왔다.



미국은 이날 공격이 한번에 끝나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 이후 내놓은 성명에서 “우리의 대응은 오늘 시작됐다”며 “대응은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선택한 장소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것은 우리의 첫 대응이지 마지막 대응이 아니다”라며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백악관은 30분간 집중적으로 진행된 이번 공격에 본토에서 발진한 B-1B 폭격기들도 참여했음을 강조했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초음속 전략 폭격기로인 B-1B가 실전에서 사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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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은 이튿날인 3일 밤에는 영국군과 함께 예멘 후티 반군 지역의 무기고, 미사일 시설, 방공망 등 13곳을 항공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의 함재기 등을 이용해 24시간에 걸쳐 공격했으며 오스트레일리아·바레인·덴마크·캐나다·네덜란드·뉴질랜드 등이 이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들을 공격하는 후티 반군에 보복 공격을 가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세계 무역과 무고한 선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후티 반군의 능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작전이라고 설명했다.



공격을 받은 친이란 민병대와 이라크·시리아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렇게 공격적인 공습은 이라크와 주변 지역 안보 상황을 나락으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함마드 시아 수다니 총리는 이 공격으로 숨진 이들을 위해 사흘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시리아 정부는 “노골적 영공 침범”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보복과 관계된 핵심 당사자인 이란의 나세르 칸아니 외교부 대변인도 3일 성명을 내어 미국의 이번 보복은 “모험적 행위”이고 “전략적 실수”라고 비난했지만, 보복을 공언하진 않았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앞선 2일 미군의 공습 전 해군기지를 방문해 “우리는 전쟁을 먼저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계속 얘기해왔지만 잔혹한 세력이 이란을 괴롭히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미국이 이틀에 걸쳐 이라크·시리아·예멘 3개국에 걸쳐 친이란 무장 세력을 공격하는 강수를 둔 것은 미군 사망자들이 발생하고 확전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 관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2일 델라웨어주 공군기지에서 주검이 돼 돌아온 장병들을 맞았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 영토에 대한 직접 공격은 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쪽이 직접 대결의 부담은 피하려고 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을 해치면 우리는 대응한다”면서도 “미국은 중동이든 세계 어디에서든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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