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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연금과 보험

[금융포커스] 車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초반 흥행 부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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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가장 저렴한 자동차보험을 찾아주는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 2주 만에 위기를 맞았다. 심판 역할을 하는 금융위원회와 대형 보험사, 중소형 보험사, 플랫폼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대형 보험사들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플랫폼이 보험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는 이 서비스가 인기를 끌어야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선 금융 당국과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이 수수료 인하를 놓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 당국은 수수료를 현재 3% 안팎에서 1% 수준으로 낮추길 원하고 있다.

◇ “잘하고 있었는데”…주도권 내주기 싫은 대형사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출시된 지난달 19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비스를 이용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사례는 1000건 미만이다. 흥행 부진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85%를 차지하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등 대형 보험사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보험사들은 서비스를 이용해 보험에 가입할 경우 플랫폼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를 보험료에 포함시켜 고객이 부담하도록 했다. 비교·추천 서비스에 올라온 상품보다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상품이 더 저렴하게 만든 것이다. 정확한 보험료 비교가 불가능해지면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형 보험사들은 서비스 출시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누적 가입자 수는 570만명으로 2022년 기준 재가입률은 90% 수준이다. 오랜 기간 투자로 충성 고객을 착실히 모아온 상황에서 시장을 플랫폼에 개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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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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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보험사들은 디지털전환이라는 명분에도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인터넷 가입(CM채널) 비중은 2020년 25.3%에서 매년 증가해 지난해 상반기 33.5%까지 올랐다. 대형 보험사는 홈페이지를 개선하는 등 디지털전환에 박차를 가했는데, 뒤늦게 플랫폼이 참전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열심히 투자해서 자동차 다이렉트를 궤도에 올려놓고 잘 성장하고 있었던 상황이다”라며 “플랫폼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보험사 입장에선 얻을 수 있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 절호의 기회 포착한 중소형사

중소형 보험사들은 비교·추천 서비스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는 대형 보험사와 비교해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가격 비교가 핵심인 서비스가 인기를 끌수록 중소형 보험사 상품을 선택할 고객이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 2일 기준 네이버파이낸셜이 진행 중인 이벤트 ‘자동차보험료 랭킹전’에서 상위 100위에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보험사는 67개인 캐롯손해보험이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한 뒤 추천에 따라 각 보험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를 클릭한 사례를 집계한 것으로 중소형 보험사 상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는 뜻이다.

중소형 보험사는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선 수수료를 현재보다 대폭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젊은 고객은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저렴한 상품이 있다면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 인기만 끌면 끝?…금융위와 플랫폼의 동상이몽

금융 당국과 플랫폼도 비교·추천 서비스의 흥행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수수료를 현재 3% 안팎에서 1% 수준으로 낮추길 원하고 있다.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가 줄어야 이용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다만 심판 역할을 하는 금융 당국이 개입할 경우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간 금융 당국은 “상품 가격에 개입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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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손해보험협회에서 열린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점검 및 시연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왼쪽은 NH농협손해보험 모델로 활동 중인 배우 유인나씨.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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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플랫폼은 수익과 직결된 수수료를 1%로 낮추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은 2020년 처음으로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며 10%가 넘는 수수료를 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수수료 3%도 보험 시장 활성화라는 대의적 차원에서 최대한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플랫폼은 대형사·중소형 보험사의 점유율 경쟁과는 동떨어져 있다. 플랫폼은 고객들이 어떤 보험사 상품을 선택하느냐보다 자신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수익이 달라진다. 금융 당국과 함께 서비스 활성화를 원하면서도 이를 위해 수수료를 낮추라는 요구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보험업계는 플랫폼 수수료 인하 여부가 서비스 성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와 관련한 유의미한 통계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플랫폼 수수료가 지금보다 낮아지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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