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과학고 출신의 배달기사 6년째 수능 의대 도전… “학폭 피해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학업성취도 최상위권 학생들만 진학할 수 있는 과학고등학교 출신의 배달기사가 다시 수능을 도전하는 사연이 누리꾼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구독자 115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미미미누(김민우)’는 대입 콘텐츠 ‘헬스터디2’를 통해 정순수씨(25·남)의 사연을 소개했다.

정씨는 “중학교 재학 당시에는 나름 최상위권이었다. 모든 시험을 100점을 맞은 적도 있고, 전교 1등을 한 적도 있다.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괴롭힘 같은 걸 당하지는 않았다”며 “선생님의 추천으로 과학고등학교(과고)에 진학하게 됐다. 그런데 처음부터 적응을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치동 과고 입시반에서 친해진 애들끼리 이미 무리가 형성돼 있었다. 또 대학 수학까지 다 끝내고 온 애들끼리 있어서 선생님께서 발표를 해보라고 하면 당연히 못 푸니까 그럴 때마다 애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면서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정순수랑 같은 팀 하면 망한다’라고 꼽(눈치)을 주거나 저랑 같이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없어서 혼자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3학년 때 한 친구가 제 노트북을 밟아서 부쉈다. 아버지가 과고 입학 선물로 사준 노트북이었는데, 친구가 ‘엄마한테 말하지 말아달라. 내가 대학생 되면 과외해서 갚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되더니 잠수를 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시가 다 떨어져서 재수를 해야 했다.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 20살 때부터 일을 했다. 엄마가 조울증으로 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돈이 더 필요하게 됐고, 거의 하루에 12시간씩 배달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며 “전신이 다 까졌다. 병원비가 아까워서 방에서 혼자 연고 바르고 치료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 노트북 하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게 너무 억울했다. 당시에 ‘가난하면 많이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비참했다. 아버지 혼자 생계를 책임지시다가 2021년 치매에 걸렸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였다. 너무 억울해서 죽으려고 했다. 그때가 내 생일이었다. 근데 죽기가 너무 억울했다. 학교폭력 당한 것도 내 잘못 아니고, 엄마 아빠 아픈 것도 내 잘못 아닌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빠가 하는 말이 ‘너는 머리는 똑똑한데, 다른 애들처럼 과외 같은 걸 못 시켜줘서 미안하다’였다. 그냥 과학고 간다고 하지 말고, 일반고 가서 잘해서 의대 갔으면 아빠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텐데”라고 오열했다.

정씨는 “학교 폭력과 가난이 얼마나 아픈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동정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다. 나는 오히려 그런 일들을 많이 겪어서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 또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동정과 연민보다는 응원과 격려를 많이 보내준다면, 더 힘내서 2025년 수능 열심히 보겠다”고 다짐했다.

유튜버 미미미누는 “살려고 수능을 보는 사람이다. 이번에 6번째 수능을 제대로 도전하려고 하는구나. 이번 수능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재능이 온전히 발휘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서 뽑았다”며 “내가 ‘헬스터디’를 처음 왜 기획하게 되었는지를 돌아봤다”고 전했다.

헬스터디에 선발되면 그 해 수능 시험까지 모든 강의와 교재를 지원 받고 1년간 전문가들의 학습멘토링 지원을 받는다. 아울러 숙소, 식비 및 스터디카페 이용료 전액 지원, 목표 대학 합격 시 첫 학기 등록금 전액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