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가 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특별정상회의에서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가운데)와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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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정상회의 개회 직후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에 "27명의 지도자 모두 EU 예산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500억 유로를 추가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이번 합의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꾸준하고 장기적이며 예측 가능한 자금 조달을 보장하게 됐다"고 전했다.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정상회의 시작 전 열린 막판 협상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 별도 대화를 나눴고, 이 과정에서 헝가리가 반대를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오는 3월 EU로부터 49억 유로(약 7조원)를 우선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합의 소식을 듣고 X에 "EU 27개국 정상 모두가 내린 결정으로 다시 한번 EU의 강력한 단결력을 입증한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EU의 지속적인 재정 지원은 장기적인 경제 및 금융 안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헝가리는 EU 정상회의에서 2024∼2027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 지원안에 홀로 반대해 합의를 무산시켰다. EU 공동예산이 지출되는 지원안이 타결되려면 27개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EU 내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국가인 헝가리는 러시아 침공 초기부터 평화 협상을 주장하고,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줄곧 어깃장을 놨다. 이에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EU는 이번엔 헝가리가 끝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EU 기금 지급을 중단하고 헝가리 경제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유럽 농민들이 1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 근처에서 불을 지르며 농업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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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EU 정상회의장 주변에선 벨기에·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 온 농민들이 1300여대의 트랙터를 세우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농민들은 건물에 계란과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고 폭죽을 터뜨리며 바리케이드를 뚫고 들어가려고 했다. 이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고 호스로 물을 뿌려 농민들을 밀어냈다.
브뤼셀 외곽에서 온 농민 케빈 버텐스는 "이 자리에 모인 농민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시위하는 농민들을 보라.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비료 가격의 폭등, 해외 농산물과의 불공정한 경쟁, 경작지 최소 4% 휴경 의무화 등 EU의 각종 환경규제 등에 항의하는 농민 시위가 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 등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 의제에 농업 분야가 공식적으로 포함되지 않았지만, 농민 시위가 격화하면서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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