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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의대 정원 확대

올해부터 의대 정원 확대... 필수의료 수가 인상에 5년간 10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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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발표>
필수의료 교수 정원 늘리고 수련 여건 개선
지역필수의사제로 지역 의료안전망 강화
개원면허 검토... 미용시술은 자격제 검토
의료사고 따른 의사 법적책임 완화 추진
한국일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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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치료 등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붕괴 신호가 완연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의료개혁 패키지를 내놨다. 당장 내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대폭 늘리고 필수의료 의사의 지방 정주를 유도할 지역필수의사제를 도입한다. 필수의료 수가(의료서비스 가격) 인상을 위해 2028년까지 건강보험 재정을 10조 원 이상 투입한다는 파격적 정책도 담겼다. 아울러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와 무관한 개원가로 몰리는 상황을 견제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를 규제하고 미용 시술은 임상수련을 거쳐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보건복지부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핵심 정책 목표는 ①의료인력 확충 ②보상체계 공정성 ③의료사고 안전망 ④지역의료 강화 방안이다. 계획 대부분은 연내 실행한다는 목표와 함께, 원활한 정책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전문가 자문기구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복지부는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특위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정책들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10년 내에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고, 10년 후엔 의료생태계의 근본적 전환을 추진한다는 로드맵도 제시됐다. 복지부는 "이번에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 의료가 무너진다는 심정으로 준비했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의대 정원 늘리고 대학병원 전문의 위주 개편


의대 증원 방침은 이번 개혁안에서도 재확인됐다. 복지부는 20년 넘게 고정된 의대 정원(3,058명)을 유지할 경우 2035년까지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추산하에 올해 치러지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모집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구체적 증원 규모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지부 추산치를 감안하면 당장 내년 의대 신입생부터 1,000명 이상 증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앞서 신경외과 전공의들의 수술 실습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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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전문의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종합병원은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한다. 필수과는 전공을 살려 개원하기 쉽지 않아 전문의가 되더라도 일할 곳이 대학병원밖에 없는데, 교수 정원이 충분하지 않아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정부는 국립대병원 필수과 전임교수 정원을 확대하고 전문의 장기계약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전공의는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수련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최대 36시간인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을 축소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인턴 때 필수과 경험을 늘려 관련 의료 역량을 충분히 쌓도록 수련 체계를 개편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전공의 수련비용도 필수과 중심으로 확대된다.

2028년까지 건강보험 재정을 10조 원 이상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한다는 방침도 개혁안에 담겼다. 건강보험 수가체계에서 필수의료의 고난도·고위험성이 제대로 보상되지 않아 의사들이 필수의료 전공을 택할 경제적 유인이 적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다. 복지부는 "적자를 사후 보상하고 2년마다 수가를 조정하는 등 필수의료 친화적으로 지불 제도를 개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 차등수가·지역의료발전기금 도입


지역의료 강화는 필수의료 강화와 함께 개혁안의 양대 축이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안심하고 치료 받는 '지역완결 의료전달체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핵심적 제도는 지역필수의사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수입과 주거 여건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의사가 지역 의료기관과 장기 계약하거나, 의대생이 대학·지자체와 자율 계약을 맺고 장학금, 수련비, 교수 채용 기회 등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지역에서 진료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방 의대 지역인재전형에서 지역인재 선발 의무비율을 현행 40%에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방에서 부족한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병원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소아 분만 외과 등 필수의료 특화 2차병원도 양성한다. 지역별 차등 수가를 도입하고, 재정당국과 협의해 지방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검토한다. 의사 인력이 서울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수도권 병상 설치도 제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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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 신사역 주변의 빌딩 건물에 성형외과 및 피부과 병원이 밀집해있다.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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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성형외과 등 필수의료와 무관한 과목에 개인 병원이 난립하는 현상을 견제하고자 개원 면허제 도입이 추진된다.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은 의사도 이런 과목에 쉽게 진입하면서 의료안정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라 임상 수련을 받아야 개원 면허를 주고 주기적으로 면허를 갱신하도록 진료적합성 검증 체계를 만든다. 특히 미용 시술의 경우 별도 자격 제도를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복지부는 "영국이나 미국, 캐나다의 일부 주는 간호사가 자격증을 따서 보톡스, 필러 등 미용 시술을 할 수 있다"고 예시를 들었다.

일부 개원의의 '돈줄’로 여겨진 비급여 진료는 관리체계를 강화한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과잉진료로 논란이 됐던 항목에 대해 혼합진료(급여+비급여 동시 진료) 금지를 추진한다. 비급여 진료의 투명성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실시 현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주기적인 의료기술 평가로 문제 항목은 비급여 치료를 할 수 없게 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의료사고는 소송 대신 중재로… 안전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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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국립 의과대학 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범도민 결의 행사를 열고 지역 의료문제 해결을 위한 의대 증원 등 정부 정책에 의료계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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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에 따르는 의사의 법적 책임을 완화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의사 사회의 숙원을 풀어줘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을 눅이는 한편, 의사 인력의 필수의료 진입 문턱을 낮추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 추진된다. 모든 의사는 책임보험이나 의료배상공제에 가입하고, 수사기관은 피해자 동의가 없으면 의료사고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의료인은 민·형사 소송 부담을 덜고, 환자는 중재를 통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분만 등 무과실·불가항력 의료사고는 현재도 국가가 3,000만 원까지 피해를 보상해주는데 상한선을 더 높일 계획이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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