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경선 전부터 선거판 '얼룩'
일부 예비후보, 근거 없는 낭설과 모략으로 인한 피해 호소
22대 총선이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비후보들 간 '비방전'이 과열되는 조짐이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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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 상대가 교묘하게 (저를) 깎아내리는 소문을 퍼트리는 것 같은데, 물증이 없어서 어떻게 대응하지도 못한다."
서울의 A 예비후보는 지난달 31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역구에서 마타도어는 없나"라는 물음에 깊게 한숨을 쉰 뒤 이같이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에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표심을 다져왔다고 강조한 그의 목소리에서 답답한 심정이 묻어났다. A 예비후보는 "앞에서는 페어플레이를 하자면서도 뒤에서는 음해 공작으로 지역 주민들을 오도하고 있다. 이게 원팀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개탄스럽다"고 토로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국회 입성을 노리는 일부 예비후보들 간 비방전이 과열되고 있다. 여야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방과 음해를 자제하라고 경고했음에도 경선을 앞둔 출마자들이 사생결단식 모함 등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다. 정책과 비전 대결을 뒤로하고 상호 폄하와 모함에만 열을 올리는 고질적 선거 풍토는 변함없는 모양새다. 본격적인 경선 전부터 선거판이 얼룩지고 있다.
견제 차원에서 유력 예비후보에 대한 공세가 쏠리는 모습이다. 호남권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B 의원은 통화에서 "(다른 예비후보들의) 네거티브가 분명 있다. 대표적인 공격 거리가 친명이냐, 비명이냐 계파 문제"라면서 "지역과 주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사람인지, 능력과 자질이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지역 숙원사업 등 의정활동 성과를 낸 것에 대해서도 깎아내리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권 현역인 민주당 C 의원은 "저에 대한 비방을 대놓고 드러내서 하진 않는 분위기"라면서도 "문제는 주민들이 제가 하지도 않았고, 제가 알지도 못하는 일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라 난감하다. 아마도 다른 경쟁자들이 헛소문을 흘리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그는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일일이 대응하진 않을 것"이라며 "'선'을 넘는 허위사실이나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은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 북부권 출마를 노리는 국민의힘 D 의원실 관계자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해당 의원실 보좌관은 "엉뚱한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이 지역구 사무실로 찾아와 확인을 요구하는 일이 많다"며 "의원님은 '그런가 보다'하고 넘기는 상황이지만, 심각한 사안에 대해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꾸 사소한 낭설이 쌓이고 쌓여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재입성을 노리는 일부 현역 의원들은 경쟁자들의 마타도어가 쏠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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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가 결정되지 않은 '깜깜이' 상황이 비방전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수도권 E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선거제와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예비후보들이 어떻게 선거 전략을 가져갈지에 대한 판단이나 움직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어떻게든 자기를 알려야 하는 처지이기에 서로 물고 뜯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여야는 공개적으로 비방전을 자제하라고 촉구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임혁백 민주당 공관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입장문을 내고 "우리 당 일부 국회의원 입후보자 간에 인신공격과 상호비방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엄격히 조처할 것"이라고 했다.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속 예비후보들을 향해 "비방보다는 공정하고 보다 발전적인 경쟁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경쟁은 치열하게 하되 공정하게 해야 하고, 경쟁자 역시 같은 당 안에 있는 당내 동지이기 때문에 경쟁자에 대한 치열한 경쟁과 함께 같은 동지로서의 존중과 배려도 경쟁 과정에서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경쟁자 간 비방전에 대해 엄격하게 조처한다는 기조다. 수도권 F 예비후보 측 관계자는 "1월 초중순까지만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트리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공관위의 경고 이후 최근 들어 음해 공작이 잠잠해졌다"며 "후보 간 네거티브가 아예 없는 정도는 아니고, 공기가 다소 순환된 것 같다. 이대로만 가면 지역 주민들한테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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