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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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대 폭 감소했다. 특별한 경제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생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건 국내 산업의 반도체 쏠림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경기도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회복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지수(2020년=100)는 105.6으로, 전년 대비 3.9% 하락했다. 1998년(-6.5%) 이후 최대 하락 폭이며 절대적인 생산 규모도 2021년(108.4)에 미치지 못했다. 제조업 생산이 전년 대비 감소한 건 1975년 관련 통계 발표 이래 단 여섯번뿐이다.
제조업 생산을 끌어내린 건 반도체다. 반도체 산업은 전자기기(IT)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불황을 맞으면서 지난해 5.3% 감소했다. 반도체 불황 탓에 우리 수출은 지난해 10월까지 1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바 있다. 반도체가 전체 제조업 생산에서 자치하는 비중이 20%에 이르는 터라 반도체 업황에 따라 경제 전체가 출렁인 셈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해 하반기 들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경기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다만 소비가 위축되면서 회복세가 강하지는 않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턴 회복 둔화세가 뚜렷하다. 실제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2월 98.6으로 전월보다 0.3 급락했다. 6개월 뒤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으나 상승 폭은 지난해 10월(0.3)부터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상승 폭은 0.1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경기종합지수를 보면) 아직 우리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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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전문가들은 특히 소비 부진을 우려한다. 지난해 소비(소매판매)는 1.4% 감소했다. 2003년에 3.2% 줄어든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는 0.2% 늘었으나,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8%)와 의류 등 준내구재(-2.6%)가 줄어든 탓이다.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 예측 기관들은 올해 소비 전망도 어둡다고 본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 박사(전망총괄)도 “수출은 회복하지만 내수는 부진하며 반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금리 등으로 인해 내수 부진이 올해까지 계속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도 “금리가 높은 수준이어서 소비 부진은 더 길어질 것”이라며 “다만 상여금을 중심으로 임금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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