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20도까지 내려간 지난 2021년 1월29일 오전 서울의 한 택배물류센터에서 직원의 마스크 위로 입김이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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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배송 물품을 분류하고 싣고 내리는 상·하차 업무를 하는 물류센터 노동자 70% 이상이 일터에서 폭염과 혹한, 먼지 등을 심각한 위협으로 느낀다고 응답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대면 소비 증가에 따라 급격히 늘어나는 4차 산업 일자리인데도, 자연 현상 등에서 비롯한 기본적인 위험마저 통제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낸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31일 물류센터 노동안전 및 임금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435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가운데 무기계약직이 45.7%로 가장 많았으나, 12개월 단위 계약직(34%), 일용직(18.2%)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 노동자가 과반이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1월5일~1월8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설문지 기입을 병행해 이뤄졌다.
설문은 노동 환경의 각종 위험 요인을 늘어놓고 △느껴본 적 없음 △느껴본 적 있지만 심각하지 않음 △심각하게 느낀 적 있음 가운데 하나를 고르도록 했는데, ‘더위’를 심각하게 느꼈다고 한 이들이 83%에 달했다. 먼지(80%)와 추위(73%)를 심각하게 느낀 적 있다는 응답자도 10명 중 7명 이상이었다. 물류센터는 법적으로 ‘창고’로 규정돼 환기와 냉난방 설비가 필수 시설이 아닌 탓에, 일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한 기본적 설비조차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는 곧 노동자의 신체적 고통과 질병으로 이어졌다. “팔이나 어깨, 목, 허리의 아픔을 심각하게 느낀 적 있다”고 한 응답자가 52%로 절반을 넘었다. 40%는 ‘자주 피곤한’ 증상을, 29%는 ‘눈이나 코, 목구멍이 따가운’ 증상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매우 필요한 것’으로 응답자 대부분이 ‘냉난방시설의 설치나 효과 증대’(81%), ‘환기시설의 설치나 용량 강화’(78%) 등 기본적인 시설 개선을 원했다.
전국물류센터지부는 “정부는 물류센터 전반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해 물류센터가 안전한 일터인지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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