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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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 과열경쟁에 제동을 걸면서 2월부터 10년 시점 환급률 130% 이상 상품이 사라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판매 종료 전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절판 마케팅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험사 과열경쟁, 금융 당국 제재, 판매 종료 임박, 절판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올해도 계속되는 것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5년 또는 7년까지 매월 보험료를 내고 계약 후 10년이 되는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30~35%를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업계에선 절판 마케팅의 원인이 과도한 금융 당국의 개입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구구조와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종신보험에 저축·연금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돼 왔는데, 보장성과 저축성이라는 이분법적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 130% 상품 퇴출 소식에 전산망 마비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10년 시점 환급률을 2월부터 130%에서 120%로 낮춘다는 소식이 들리자 가입 문의가 몰리면서 일부 보험사 전산망이 최근 마비됐다. 보험설계사들이 전산망 로그인을 할 수 없어 청약 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등 영업 현장에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가입 문의 폭주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개정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설계사들은 금융 당국이 상품 판매를 금지한 것이 상품에 가입해야 할 이유라고 홍보하고 있다. 보험사에 안 좋은 상품은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급률을 낮추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개정 전까지 상품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생명보험사들이 환급률을 낮추는 데 앞장선 이유는 금융 당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환급률을 130% 이상으로 높인 교보생명과 신한라이프생명에 대한 현장조사를, 나머지 보험사들에 대해선 서면조사를 각각 진행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시점 환급률이 120%로 낮아진다는 소식이 들리자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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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은 보장성 보험인 단기납 종신보험이 마치 재테크 수단인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되는 불완전판매를 우려하고 있다. 환급률 130%가 넘어가는 시점에 고객이 일시에 계약을 해지하면서 지급해야 할 환급금이 몰리면서 보험사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조사에 들어가니까 보험사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추세가 됐다”고 전했다.
◇ 주력 상품 잃은 생보사, 믿을 건 건강보험
보험업계에선 금융 당국의 제재가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사망만 보장하는 전통적인 종신보험이 외면을 받으면서 각종 기능이 추가되는 흐름인데도 저축 기능이 강조됐다는 이유로 규제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한다.
종신보험은 20~30년 동안 납입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 중 하나다. 40~50대의 경우 60대에 은퇴하면 20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기 어렵다. 단기납 종신보험처럼 납입기간이 짧은 보험을 찾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상황에 따라 계약을 해지해도 5~7년만 유지했다면 원금은 물론 이자 소득까지 받을 수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이 인기를 끈 것이다.
종신보험은 2015년 ‘연금선지급형 종신보험’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변신을 시작했다. 이 상품은 종신보험 계약을 종료하지 않고도 적립금 일부를 연금 형태로 수령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비슷한 상품인 생활자금 선지급형 종신보험도 2016년 판매되기 시작했다.
일러스트=이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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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원조 격인 무해지·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이 인기를 끌었다. 보험 계약을 20년 이상 유지한 뒤 해지하면 납입한 보험료의 120% 이상을 보장하는 대신, 20년을 채우기 전 해지하면 환급금을 지급하지 않거나(무해지) 기존 종신보험보다 적게(저해지) 돌려준다. 이 무해지·저해지 종신보험에서 납입기간을 줄이고, 100% 이상 환급률 보장 시점을 앞당긴 것이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높은 환급률을 자랑하던 단기납 종신보험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면서 암보험 등 건강보험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생명보험사들의 주력 상품은 건강보험과 단기납 종신보험 정도다. 저축성 보험은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 부채가 많이 잡혀 실적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생명보험 등은 이미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여러 금융 환경 속에서 고객들은 사망하지 않았을 때도 금전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이런 분위기 때문에 단기납 종신보험은 트렌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명보험사들이 일반 보장성 상품에도 판매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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