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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 비윤리적·불법적 의사 파업, 되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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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서울대 의대 교수 · 의료관리학)

[편집자주]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등 붕괴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나쁜 의료제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계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고 때로는 '논쟁적 존재'가 되는 그가 '김윤의 메디컬인사이드'를 통해 의료계 문제를 진단하며 해법을 제시한다.

뉴스1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23일 오전 한 병원에서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2020.8.2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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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의사들이 정부 의대 증원을 막겠다고 또다시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인턴·레지던트 조직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조사 결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파업에 86%가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대한외과의사회가 전공의들의 파업 의사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조만간 다른 의사단체들도 줄지어 지지 의사를 밝힐 것 같다. 이보다 앞서 작년 12월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면 총파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시행했다.

20년 넘게 의사들은 파업을 무기로 우리나라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해왔다. 2000년 의약분업에서는 파업으로 건강보험 수가를 올리고 의대 정원을 350여명 축소하는 데 그쳤지만, 2012년 포괄수가제도 도입 반대 파업, 2014년에는 원격의료 반대 파업, 2020년 의대 증원 반대 파업에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부 정책을 아예 무력화시켰다. 실제 파업까지 가진 않더라도 정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들고나오면 늘 파업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그 결과 의사와 병원에게 유리한 정책 결정들이 누적되면서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매우 기형적인 모습이 되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의사들이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하는 파업을 무기로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는 나쁜 전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2020년과 같은 우리나라 의사들이 파업이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파업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지금도 연봉 3억~4억원을 받는 의사들이 몸값을 더 올리겠다고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하는, 도덕적 정당성이 없는 파업이라는 것은 이번에는 논외로 하자.

전공의도 병원에 고용된 노동자이니 자기들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파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파업처럼 전공의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비우는 파업은 의료인의 직업윤리를 저버리는 비윤리적인 파업이다. 세계의사협회는 파업을 하더라도 환자에 대한 윤리적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되며, 특히 응급환자 진료를 포함한 필수적인 진료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의사가 파업을 하더라도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를 중단하지 못하도록 법에 정하고 있다. 벨기에,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은 의사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응급환자 진료를 중단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캐나다의 주요 주에서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이 아예 파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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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호 대한의사협회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25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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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자신들이 파업을 해도 환자에게 큰 해를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의사 파업 기간 환자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사들처럼 전국적인 규모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비우고 장기간 파업을 하면 제대로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하는 응급환자와 중환자가 없을 리 없다.

의사 파업 기간 환자 사망률이 증가했는가를 연구한 영국의사협회지 논문에 의하면 파업을 하더라도 응급환자 진료를 중단하지 않은 대부분의 파업에서는 환자 사망률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응급환자 진료까지 중단한 장기간 의사 파업에서는 사망률이 증가했다. 지난 2020년 우리나라 전공의 파업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 응급환자와 중환자 진료에서 전공의 업무 공백을 교수들이 메꿨다고 하고 전공의들이 실제로는 진료를 계속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체계적으로 조사된 바 없다.

다음으로 전공의 파업에 대해서는 의료법이 아니라 노동법을 적용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비우고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전공의들은 병원에서 월급을 받는 노동자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전공의협의회가 주도하는 파업이니 노동법의 적용을 받는 게 당연하다. 노동법은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장처럼 진료가 중단되면 환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곳에는 필수 인력을 남겨두도록 하고 있다. 2020년 파업처럼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응급실과 중환자실까지 비웠던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파업이 되풀이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의사들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파업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 개원의 파업은 지금처럼 의료법을 적용하되 업무개시명령 관련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전공의 파업은 노동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되 파업 중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같은 필수 진료 기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법을 정교하게 정비해야 한다. 다른 나라들처럼 파업에 대비할 수 있도록 파업 시작 2~4주 전에 미리 파업 결정을 알리게 의무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의 특성을 고려해 국공립병원은 파업을 보다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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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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