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감소와 농업 규제에 항의하는 프랑스 농민들이 29일(현지시각) 수도 파리 북부 아르장퇴유의 도로를 트랙터로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르장퇴유/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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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과 독일 등에서 시작된 농민들의 시위가 프랑스에서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EU)이 시행하고 있는 농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선거를 5개월가량 앞두고 농민 보호냐, 환경 보전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마르크 페노 프랑스 농림부 장관은 29일(현지시각)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월1일로 예정된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친농업 정책 강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도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특히 농업 보조금을 받기 위한 조건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농민이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체 농지의 4%를 휴경지로 유지해야 한다. 이는 자연 생태계 복원을 촉진하기 위한 조처다. 유럽연합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식량 안보를 위해 이 규정을 임시 면제해주고 있다.
유럽연합 당국자들도 프랑스의 요청에 따라 휴경지 규정 변경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당국자들은 농민들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다른 방안들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제궁은 프랑스 농민들이 우려하는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의 자유무역 협정 협상도 중단됐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대화의 결론을 맺는 게 불가능하다고 이해했다”며 “우리가 알기로는 브라질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대표들에게 논의 중단 명령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로 구성된 남미공동시장과의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20여년째 이어오고 있다. 두쪽은 지난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했으나 정부 조달 부문에 대해 ‘잠정 합의’ 하는 것 외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걸로 알려졌다.
유럽의 농업 대국인 프랑스는 그동안 남미공동시장과의 자유무역 협정에 반대해 왔고, 최근 농민들의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런 방침을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지적했다.
소득 감소와 농업 규제에 항의하며 연초부터 시작된 프랑스 농민들의 시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농민들은 이날 수도 파리 주변 고속도로의 9개 지점을 봉쇄하고 시위를 이어갔다고 프랑스24 방송이 전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지난 26일 농가 차량용 경유 감세 혜택 폐지 방침을 철회하는 등 농민들을 달래기 위한 정책을 제시했으나, 농민들은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전국농민조합연맹’(FNSEA)의 아르노 루소 위원장은 “총리가 제시한 것은 ‘한 입 거리’에 불과하다”며 “우리의 목표는 정부를 압박해 위기를 벗어날 해법을 빨리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벨기에 농민들도 이날 벨기에 남부 지역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이는 등 동유럽, 독일 등에서 시작된 농민들의 생계 보장 요구 시위가 계속 번져나가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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