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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 동일 증거물인데…검찰, 이태원참사 기소·무혐의 다른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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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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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지휘부를 기소하면서 ‘예견 가능했다’의 근거로 삼았던 내부 보고서에 대해 또다른 경찰 간부를 무혐의 처분할 땐 ‘이 보고서만으로는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고 정반대 평가를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미 기소된 이들의 주요 유죄 증거를 검찰이 스스로 부정한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9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과 류미진 당시 서울청 112상황관리관(총경), 정아무개 당시 서울청 112상황팀장(경정)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함께 수사받던 김아무개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은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정보과장 무혐의 처분의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용산서가 2022년 10월26일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다. 검찰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압사 등 안전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담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해석은 해당 보고서에 대한 검찰의 기존 해석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태원 참사 관련 경찰 지휘부들을 기소하면서 해당 보고서를 포함한 총 4건의 정보보고서를 사전 예방이나 회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제시했다.



현재 1심 재판 중인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등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각 보고서는 이태원 핼러윈데이에 인파 운집 등으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고, 이를 대비해 경찰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 피고인들은 해당 보고서 등을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로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동일한 증거물에 대해 검찰이 정반대 평가를 내린 것은 이미 기소된 이들에겐 ‘호재’다. 예를 들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해당 보고서 등에 나온 인파 밀집 관련 내용을 두고 ‘압사 등 구체적인 사고를 예측하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과실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피고인의 반박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검찰 출신 변호사는 29일 “(보고서에 대한 상반된 평가로 인해) 증거 중 하나를 날린 셈이다. 피고인들은 ‘검찰도 구체적 위험 내용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았느냐’며 검찰의 달라진 판단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천윤석 변호사도 “사전 예방 및 회피 가능성 부분에서 검찰이 이미 기소된 피고인들의 유죄를 받아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보고서에 대한 평가만으로 불기소 결정한 게 아니라 정보과장 지위에서의 업무상 과실 유무에 대한 평가에 따라 불기소한 것”이라며 “일부 표현을 이유로 (검찰 판단이) 모순된다고 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검찰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기소한 이는 총 23명(법인 2곳 포함)이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피고인들의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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