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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중기·소상공인 “추가 채용 동결” 움직임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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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 규모 커지면 사고 위험성도 커져”

“안전관리자 뽑았다고 크게 달라지는것 없어”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됐음에도 대다수 중소기업은 여전히 ‘무대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중처법 때문에 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울산시 소재의 한 페인트 및 합성수지 생산업체는 2년 전 52명이었지만 중처법 시행을 1년 더 유예하고자 49명으로 감원했다. 이곳의 김모 상무는 1년 동안 공공기관, 지자체에서 하는 중처법 관련 강연을 찾아다니며 정보 수집에 나섰고, 1000만원을 들여 안전보건관련 컨설팅업체에 컨설팅까지 받았다. 안전보건관리자도 따로 채용하며 준비를 마쳤다. 김 상무는 “강연은 듣고 뒤돌아서면 항상 ‘그래서 뭘 준비해야 하는건가’라는 의문이 남았다. 매번 처벌이 어떻다느니 겁만 주고 솔루션은 제공하지 못하는 자리였다”며 “50명이 일하다가 사고 나는 비율하고 30명이 일하다가 사고 나는 비율 중 어느 쪽이 더 높겠나. 앞으로 우리 회사는 고용을 더 이상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대구에서 46명 규모로 섬유 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손모 씨도 “인건비 등 직접비 증가와 고금리로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가격 경쟁력 약화로 중국산에 밀릴 판”이라며 “여기에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대표를 구속하는 법까지 더해지니 앞으로 우리나라에 제조업은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 저 역시 더는 회사를 성장시킬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조업, 건설업체들은 ‘추가 채용 동결’을 말하는 한편, 소상공인은 적극적으로 5명 미만으로 직원 수를 줄일 지까지도 따져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 직원 2명을 포함해 상시근로자 6명인 서울 서대문구의 N베이커리 사장은 “지금까지 무탈하게 잘 운영해왔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모르는 것 아니냐”며 “좀 지켜보다가 아르바이트 2명을 내보낼 지 결정하겠다. 하지만 이 법을 피해가자고 남은 4명으로 가게를 돌리려니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해야 하나 벌써부터 억울하다”고 했다.

지난해 중처법을 먼저 적용받은 50인 이상 중기에서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직원에게 체감되는 안전상 변화는 미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120여명이 일하는 경기도 시화공단의 한 반도체 부품 제조업체는 지난해 봄 1명이 있었던 안전관리자를 추가로 채용해 안전 전담팀을 구성했었다. 이 회사 관리자급 인사는 “대기업 고객사에서 심사 나올 때마다 요건을 갖췄는지를 계속 점검해서 안전 분야를 강화하게 됐다”며 “하지만 안전관리 직원을 더 뽑은 것과 일반 직원이 일하는 작업장 환경에는 큰 연관이 없다. 작업장 곳곳에 ‘중량물을 들 때 자세를 어떻게 취하라’는 등의 포스터가 붙은 것 정도가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상시근로자 수 12~13명을 유지하고 있는 수도권의 한 건물 유지·보수 건설업체 측은 “안전관리자는 소장이 겸직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자격증 갖춘 사람을 뽑기에는 직원수 12명 회사에 너무 큰 인건비 부담이 된다. 그리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뒤부터가 문제다. 지금 당장 절박한 느낌은 없다”고 털어놨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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