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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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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돈 풀어 증시 부양…“춘절 앞두고 민심 달래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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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지난해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실물 경제 살리기에 무게를 뒀다면 새해엔 증시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2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 사흘간 굵직한 증시 부양책을 쏟아냈다. 국유기업 핵심 성과 지표(KPI) 항목에 시가총액(이하 시총) 관리 추가, 은행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 증시안정기금 2조 위안(약 376조원) 투입 검토 등이다.

전문가는 국유기업의 시총 관리 기준 변화에 주목했다. 지준율 인하나 증안기금 투입이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한 단기적 처방이라면, 국유기업이 주가에 매달리도록 하는 건 장기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 정부는) 주가가 올라야만 국유기업 CEO가 연임·승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국유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거나 주주에게 배당을 늘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상당수 중국 기업은 자사주 매입이나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 등으로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이란 의미다. 중국 국유기업 시총은 2022년 기준 전체 시총의 47%를 차지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애버딘 투자 부문 CEO인 르네 부엘만도 25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의 주식시장 부양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며 “취약한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중국 국유기업이 주로 상장된 상하이종합지수는 26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0.14% 오른 2910.22로 마감해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특히 지난 25일 상승률은 2022년 3월 16일(3.48%) 이후 처음으로 3% 이상 뛰었다. 홍콩 항셍지수도 24, 25일 각각 3.6%, 1.96% 상승했다. 다만 26일에는 증시 부양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1.6% 하락했다.

중국이 특단의 조치에 나선 건 그간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미미하자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다. 전 소장은 “올해 2분기부터는 그간의 경기 부양책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내면서 경기회복 시그널도 수치로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를 앞두고 잇달아 부양책을 낸 건 민심 달래기용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중국 인적자원사회보장부는 이달 말부터 오는 4월까지 일자리 3000만개 창출을 목표로 한 고용 촉진 프로젝트 ‘봄바람 행동’에 착수한다. 통상 1000만~1200만개였는데 목표치를 3배 수준으로 올렸다. 부동산 대책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지난 24일 부동산 개발 업체가 토지가 아닌 상업용 건물 등을 담보로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 3년간의 대출 규제와 부동산 침체로 자금난을 겪어온 개발업체가 기존 대출을 갚거나 부동산 사업을 유지·보수·개조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줬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반짝 반등’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많다. 이번 대책은 ‘돈을 푼’ 긴급 처방으로, 중국의 부동산과 내수 침체 등 구조적 문제를 풀긴 어렵기 때문이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짧은 주기로 증시 부양 방안이 발표됐다는 점에서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까지 국유기업 중심으로 주가가 들썩일 수 있다”며 “하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강한 재정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은 작아 반등세가 지속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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