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뉴스B 시간입니다. 명상을 하고 싶어서 찾은 곳이 이른바 '종말론'을 믿었던 집단이었다면 어떨까요? 명상 수련 과정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돈을 잃고 가정이 파탄났다는 사람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희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를 모으는 듯한 자세로 절을 하고, 몸을 흔들며 '수련'도 합니다.
[명상단체 노래 : 가난한 영혼, 지친 영혼을 '선계'(깨달음을 얻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곳)로 인도하고픈데 선생님 나를 도와주소서.]
[A씨/명상단체 창시자 : 조물주라는 게 집단 지도 체제인데, 여덟 분이 돌아가면서 (우주에서) 각 여덟 문을 담당하는데 내가 이제 올라가면 한쪽 문을 담당하게 되는 거죠.]
A 씨가 쓴 책입니다.
예수님과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 문답한 내용을 담았다고 돼 있습니다.
[명상단체 탈퇴 회원 : 미국 쪼개진다고 그랬지, 이탈리아는 화산 폼페이 무너진 그 화산도 터진다고 그랬고. 난리 난다. 사회적 전산 시스템 다 망가진다.]
회원들은 "'재산을 팔고, 함께 모여 살아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명상단체 창시자 : 집은 지금은 대충 지어야 하고. 환란이 끝나면 살아남으면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살아야 한다며 전국 네 곳에 공동체 마을을 세웠고, 이 과정에서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상단체 탈퇴 회원 : 지구가 망하니까 일단 배우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당신이라도 와서 여기서 살고.]
하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체 측은 리더의 자살이나 유서 내용을 10년 넘게 숨긴 채 운영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내부 고발로 전말이 밝혀졌습니다.
내부에서 자살을 금기시해왔기에 더 충격이 컸습니다.
[A씨/명상단체 창시자 : 자살하는 게 왜 그렇게 가장 큰 죄냐. 내 몸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살 예방학교를 만들어서.]
유서엔 지구 종말 프로젝트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김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임원들이라는 사람들이 속여왔던 거죠. 속여서 신규 회원을 계속 받게 하고 또 명상을 가르치고.]
또 회원들로부터 받은 돈을 보태 마련한 재산을 자신의 딸에게 넘긴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신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재물을 탐해서도 안 된다' 항상 그걸 강조를 했거든요. 기부받아서 만든 노른자 땅은 딸한테 물려준다는 이런 유서를 보고, 너무 충격이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회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단체 측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자살도 있다"면서 "회원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해 숨겼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명상단체 탈퇴 회원 : 아예 처음부터 종교면 상관이 없는데, 종교가 전혀 아닌 것처럼 명상으로 접근을 해서 들어가 보면 사이비 집단이었다는 게…저도 이제 최근 들어서야 알게 된 거니까, 사실은 속이기 너무 쉬워요.]
해당 단체 홈페이지를 확인해봤습니다.
'도심 속 명상학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명상과 호흡 얘기 위주입니다
[명상단체 상담원 : 맑고 밝고 따뜻한 명상 학교 000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000에서 명상 배울 수 있는 거죠?) 네, 지역마다 작은 곳이 있어요. (무료로 배울 수 있나요?) 아니요, 매월 회비가 있어요. 15만원인가. 지역마다 달라서요. (사이비 종교다, 이런 얘기도 뜨더라고요.) 저희는 그냥 명상만 하는 거고, 조금 음해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종교는 아니에요. 다른 종교 있으셔도 괜찮고요.]
하지만 회원들은 점점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고 말합니다.
[신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하늘하고 소통하려면 입문을 해야 한다. 300만원이라는 금액을 내야만 자기들 식구가 된다는 거예요. (명상이 잘 안 된다고 하면) 아직 초급이어서 그렇다, 승급을 해야 한다. 승급을 하려면 또 책을 어마무시하게 사야 돼요.]
교재 5권, 워크북 5권 2세트가 80만원이나 했습니다.
"책값이 이렇게 비싼 거냐"고 회원이 묻자, 단체 관계자는 "나도 놀랐다"는 황당한 답을 합니다.
[신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본부에서 파는 물건들을 계속 사게끔 유도를 하는 거예요. 반지 (구매)했다 그러면, 한 달 있다가 또 목걸이 하라.]
각종 비용은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남에 있는 단체 본부에 찾아가 봤습니다.
본부 앞 작은 건물은 회원들 가족의 위패를 둔 공간입니다.
천도제를 지내면 숨진 조상들에게 좋은 기운이 지원된다며 조상들을 잘 모셔야 본인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는 겁니다.
6.25 전쟁 중 행방불명이 돼 언제 죽었는지 모르는 가족도… 노환과 질병으로 사망한 가족도…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며 천도제를 지내면 올라가는 '기력 회복률'까지 표시해놨습니다.
회원들은 적게는 수백, 많게는 억단위의 돈을 천도제 비용이나 기부금 명목으로 냈다고 말했습니다.
단체가 조성한 공동체 마을에선 지금도 회원 수십 명이 지내고 있습니다.
[김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회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약 20여 채 정도 있습니다. (지구 종말)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은 집들이어서 '다 없어질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지었기 때문에.]
종말을 대비해 식량을 비축했다던 창고도 남아 있습니다.
만난 이들은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명상단체 회원 : 묻지 말라니까. 돌아가시라고.]
[명상단체 회원 : 나오세요. 신분증 좀 주세요. (선생님은 누구신데요?) 내가 그걸 왜 대답해야 해. 나가세요.]
어렵게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 회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명상단체 회원 : (사이비 종교 아니냐, 이런 의혹이 제기가 되고 있어요.) 그렇게 얘기하기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명상단체 회원 : (A씨가) 자살을 하셨다고 하던데…) (자살도)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얘기할 수 있죠. 이순신 장군만 해도 그렇잖아요. (이순신 장군이 자살하셨다고요?) 그렇죠. 내가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도 방법 선택이에요.]
이 단체는 지금도 국내외에서 20여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퇴 회원들은 단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명상단체 본부 관계자 : (책임자분들이) 지금 멀리 가 계시는데, 문의 사항을 저희한테 메일이나 서면으로 보내주시겠어요?]
단체 측은 취재진에 "과거 '지구 대위기' 론에 휘말린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지금은 이와 무관한 명상수행 단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50~300만원 정도의 개별 천도제 비용은 불교에 비하면 비용이 저렴하며 올해부터는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개인 명의 계좌로 돈을 받아온 부분은 작년부터 세법에 맞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등 해명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단체가 회원을 빼가기 위해 이런 의혹을 제기한 거라고 했습니다.
[김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명상이란 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고, 해보고 싶어 하는 분야일 수 있거든요. 그걸로 현혹을 해서 자기의 사익을 챙기고 또 종교화시키는 그런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
이희령 기자 , 김재식, 배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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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B 시간입니다. 명상을 하고 싶어서 찾은 곳이 이른바 '종말론'을 믿었던 집단이었다면 어떨까요? 명상 수련 과정에서 많게는 수억원대의 돈을 잃고 가정이 파탄났다는 사람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희령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기를 모으는 듯한 자세로 절을 하고, 몸을 흔들며 '수련'도 합니다.
[명상단체 노래 : 가난한 영혼, 지친 영혼을 '선계'(깨달음을 얻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곳)로 인도하고픈데 선생님 나를 도와주소서.]
1997년 시작된 이 단체는 자신이 조물주라고 주장하는 방송작가 출신 A씨가 만들었습니다.
[A씨/명상단체 창시자 : 조물주라는 게 집단 지도 체제인데, 여덟 분이 돌아가면서 (우주에서) 각 여덟 문을 담당하는데 내가 이제 올라가면 한쪽 문을 담당하게 되는 거죠.]
A 씨가 쓴 책입니다.
예수님과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 문답한 내용을 담았다고 돼 있습니다.
2012년엔 소위 '지구 종말'이 온다고 주장했습니다.
[명상단체 탈퇴 회원 : 미국 쪼개진다고 그랬지, 이탈리아는 화산 폼페이 무너진 그 화산도 터진다고 그랬고. 난리 난다. 사회적 전산 시스템 다 망가진다.]
회원들은 "'재산을 팔고, 함께 모여 살아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A씨/명상단체 창시자 : 집은 지금은 대충 지어야 하고. 환란이 끝나면 살아남으면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에.]
당시부터 활동했던 전직 회원은 300명이 넘는 회원들이 150억 가까운 돈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살아야 한다며 전국 네 곳에 공동체 마을을 세웠고, 이 과정에서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상단체 탈퇴 회원 : 지구가 망하니까 일단 배우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당신이라도 와서 여기서 살고.]
하지만 종말은 오지 않았습니다.
조물주라던 A씨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단체 측은 리더의 자살이나 유서 내용을 10년 넘게 숨긴 채 운영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내부 고발로 전말이 밝혀졌습니다.
내부에서 자살을 금기시해왔기에 더 충격이 컸습니다.
[A씨/명상단체 창시자 : 자살하는 게 왜 그렇게 가장 큰 죄냐. 내 몸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살 예방학교를 만들어서.]
유서엔 지구 종말 프로젝트 실패의 책임을 지겠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김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임원들이라는 사람들이 속여왔던 거죠. 속여서 신규 회원을 계속 받게 하고 또 명상을 가르치고.]
또 회원들로부터 받은 돈을 보태 마련한 재산을 자신의 딸에게 넘긴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신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재물을 탐해서도 안 된다' 항상 그걸 강조를 했거든요. 기부받아서 만든 노른자 땅은 딸한테 물려준다는 이런 유서를 보고, 너무 충격이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회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단체 측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자살도 있다"면서 "회원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해 숨겼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명상단체 탈퇴 회원 : 아예 처음부터 종교면 상관이 없는데, 종교가 전혀 아닌 것처럼 명상으로 접근을 해서 들어가 보면 사이비 집단이었다는 게…저도 이제 최근 들어서야 알게 된 거니까, 사실은 속이기 너무 쉬워요.]
해당 단체 홈페이지를 확인해봤습니다.
'도심 속 명상학교'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명상과 호흡 얘기 위주입니다
[명상단체 상담원 : 맑고 밝고 따뜻한 명상 학교 000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000에서 명상 배울 수 있는 거죠?) 네, 지역마다 작은 곳이 있어요. (무료로 배울 수 있나요?) 아니요, 매월 회비가 있어요. 15만원인가. 지역마다 달라서요. (사이비 종교다, 이런 얘기도 뜨더라고요.) 저희는 그냥 명상만 하는 거고, 조금 음해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종교는 아니에요. 다른 종교 있으셔도 괜찮고요.]
하지만 회원들은 점점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고 말합니다.
[신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하늘하고 소통하려면 입문을 해야 한다. 300만원이라는 금액을 내야만 자기들 식구가 된다는 거예요. (명상이 잘 안 된다고 하면) 아직 초급이어서 그렇다, 승급을 해야 한다. 승급을 하려면 또 책을 어마무시하게 사야 돼요.]
교재 5권, 워크북 5권 2세트가 80만원이나 했습니다.
"책값이 이렇게 비싼 거냐"고 회원이 묻자, 단체 관계자는 "나도 놀랐다"는 황당한 답을 합니다.
[신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본부에서 파는 물건들을 계속 사게끔 유도를 하는 거예요. 반지 (구매)했다 그러면, 한 달 있다가 또 목걸이 하라.]
각종 비용은 법인 계좌가 아닌 개인 명의 계좌로 입금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전남에 있는 단체 본부에 찾아가 봤습니다.
본부 앞 작은 건물은 회원들 가족의 위패를 둔 공간입니다.
천도제를 지내면 숨진 조상들에게 좋은 기운이 지원된다며 조상들을 잘 모셔야 본인이 잘 된다고 설명했다는 겁니다.
6.25 전쟁 중 행방불명이 돼 언제 죽었는지 모르는 가족도… 노환과 질병으로 사망한 가족도…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며 천도제를 지내면 올라가는 '기력 회복률'까지 표시해놨습니다.
회원들은 적게는 수백, 많게는 억단위의 돈을 천도제 비용이나 기부금 명목으로 냈다고 말했습니다.
단체가 조성한 공동체 마을에선 지금도 회원 수십 명이 지내고 있습니다.
[김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회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약 20여 채 정도 있습니다. (지구 종말)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은 집들이어서 '다 없어질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지었기 때문에.]
종말을 대비해 식량을 비축했다던 창고도 남아 있습니다.
만난 이들은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명상단체 회원 : 묻지 말라니까. 돌아가시라고.]
[명상단체 회원 : 나오세요. 신분증 좀 주세요. (선생님은 누구신데요?) 내가 그걸 왜 대답해야 해. 나가세요.]
어렵게 이곳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 회원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명상단체 회원 : (사이비 종교 아니냐, 이런 의혹이 제기가 되고 있어요.) 그렇게 얘기하기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명상단체 회원 : (A씨가) 자살을 하셨다고 하던데…) (자살도)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얘기할 수 있죠. 이순신 장군만 해도 그렇잖아요. (이순신 장군이 자살하셨다고요?) 그렇죠. 내가 어떻게 죽느냐 하는 것도 방법 선택이에요.]
이 단체는 지금도 국내외에서 20여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퇴 회원들은 단체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명상단체 본부 관계자 : (책임자분들이) 지금 멀리 가 계시는데, 문의 사항을 저희한테 메일이나 서면으로 보내주시겠어요?]
단체 측은 취재진에 "과거 '지구 대위기' 론에 휘말린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지금은 이와 무관한 명상수행 단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50~300만원 정도의 개별 천도제 비용은 불교에 비하면 비용이 저렴하며 올해부터는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개인 명의 계좌로 돈을 받아온 부분은 작년부터 세법에 맞게 운영하기 시작했다" 등 해명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단체가 회원을 빼가기 위해 이런 의혹을 제기한 거라고 했습니다.
[김모 씨/명상단체 탈퇴 회원 : 명상이란 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고, 해보고 싶어 하는 분야일 수 있거든요. 그걸로 현혹을 해서 자기의 사익을 챙기고 또 종교화시키는 그런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
이희령 기자 , 김재식, 배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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