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에도 대응하도록 개발된 코로나19 개량백신의 접종이 시작된 2022년 10월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소 예방접종실에 백신을 접종하려는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이상 반응 관련 정부의 피해보상 인정이 너무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심의하는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 구성을 의료인 일변도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정부 용역 결과가 잇따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28일 입수한 질병관리청의 ‘대한민국 예방접종 피해보상 제도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백신 부작용이 의학·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더라도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면 보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과 달리 정부 전문위원회는 이를 사실상 거부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말까지 질병청이 심의해 피해보상까지 이뤄진 건 숨졌을 때 1.6%(1422건 중 23건)였고, 장애 발생 땐 한 건도 없었다(75건 중 0건). 이번 보고서는 질병청 의뢰를 받아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고려대학교 연구진이 작성했다.
연구진은 이런 경향성의 배경으로 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의학적 인과관계를 보는 데 익숙한 의료인 중심으로 이뤄진 탓으로 봤다. 코로나19 백신처럼 개발 기간이 짧은 경우 건강 피해를 유발했다는 인과성을 입증할 임상 자료가 충분치 않다. 올해 기준 피해보상전문위 전체 위원은 17명으로, 그중 14명(의대 교수 12명, 약대 교수 1명, 법의관 1명)이 의료인이다. 보고서는 산업재해를 판단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처럼 시민사회와 법조계 인사 등을 포함해 다양한 성격의 위원으로 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연구에 참여한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의료관리학)은 “코로나 백신은 접종을 시작할 당시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몰랐고, 앞으로도 모르는 일”이라며 “의·과학적 근거로만 (인과성을) 판단하던 방식에서 법조계나 시민사회 (시각) 등을 포함하는 형태로 전문위 개편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주요 이상 반응인 심근염·심낭염도 백신 접종 1년 뒤인 2022년에야 인과성이 인정됐다.
지금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을 근거로 이상 반응 관련 인과성이 명백하거나, 개연성 혹은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받아야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인과성 인정이 어려운 경우 피해보상보다 적은 의료비나 사망위로금을 지급한다. 이런 기준을 넘어서지 못한 41명(1월12일 기준)의 가족이나 유족이 국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전문위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단 지적은 앞서 질병청이 한국사회보장법학회에 의뢰해 2022년 9월에 나온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 반응 및 피해보상 제도 법률 개정 마련 연구’ 보고서에서도 제기됐다. 당시 연구진은 관련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며 법률 전문가나 사회단체 추천 인사가 충분히 참여하는 전담 피해보상위원회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질병청은 법을 바꾸기 전엔 이런 지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질병청 쪽은 “전문위원회는 감염병예방법령에 근거해 구성되므로 법 개정 없이 구성을 갑자기 바꾸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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