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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동네사장님들 '중처법'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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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서울 중구 명동 거리의 식당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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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당도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라고요? 건설 현장 얘기인 줄로만 알았는데요.”

서울 중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한모(44)씨는 25일 ‘중대재해법 적용 대비를 하고 있느냐’고 질문하자 깜짝 놀라며 이렇게 되물었다. 3년 전 장사를 시작한 한씨의 식당은 상시 근로자 5명으로,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된다. 한씨는 “식당은 중대재해라고 할 만한 큰 사고가 흔하지는 않아 주변에서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최근 구청이나 정부에서 새로 알림을 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5~49인 규모 사업장과 모든 건설현장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되는데, 영세 자영업자들은 자신이 적용 대상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중대재해법은 모든 업종과 직종에 적용돼 동네 음식점이나 카페, 빵집 등도 해당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83만7000개 기업과 종사자 약 800만 명이 새로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게 된다. 5~49인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강화된다. 예를 들어 동네 빵집 사장의 경우 반죽 기계 등의 위험 요인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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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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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중대산업재해는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오거나,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부담이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북창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지금도 기본적인 안전 수칙은 지키고 있는데, 앞으로 직원 대여섯 명 중 한 명을 안전 전담 인력으로 두란 말이냐”라며 “요즘 장사가 안 돼 사람을 더 쓸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는 제조업·임업 등 20~50인 미만 규모 사업장에서 둬야 해 A씨의 경우 해당되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에 어떻게 더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장은 “코로나19에 이어 최근 경기도 안 좋은데, 위축돼 있는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이라며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위해서라도 예외 조항을 검토해 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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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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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음식점 등에서는 중대재해 사례가 드문 편이지만, 건설업·제조업 현장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충남 천안에서 종업원 9명인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황영식(57)씨는 “아무 대책 없이 두드려 맞는 격”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외국인 아니면 50·60대 중장년층인데, 안전 전담 업무를 맡기도 어렵고 인력 충원도 잘 안 되는데 어찌해야 하느냐”고 토로했다. 인천에서 물류회사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자재 핸들러와 지게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 크다”며 “안전수칙을 지금도 지키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대로 다 지키려면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 현재 고객사에게서 받는 단가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 비용을 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상황에 맞게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현행 중대재해법의 준수 사항을 충족하기가 어렵고 부담이 큰 게 현실”이라며 “소규모 사업장에 맞는 최소한의 규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독자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관리 담당자에 관한 규정과 설명을 기사에 추가했습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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