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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선천성 청각장애 소년, 유전자 치료 한달뒤 청력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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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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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난청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11세 소년이 유전자 치료를 통해 소리를 듣게 됐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를 주입하자 불과 며칠 만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약 30일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청각이 회복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5억명이 난청을 겪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전 세계 난청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현지시간) 일라이릴리는 난청 유전자 치료제 'AK-OTOF'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에이섬 담이란 이름의 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다. 일라이릴리는 "소년은 미국에서 난청에 대한 유전자 치료를 받은 최초 사례"라며 "AK-OTOF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이번 결과는 많은 난청 환자가 청각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AK-OTOF는 인체 내에서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유전자를 전달해 이로부터 생성되는 단백질로 질병을 치료하는 원리의 유전자 치료제다. 난청은 '오토페린'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오토페린 유전자 돌연변이가 소리를 뇌로 전달하는 데 필요한 내이의 유모세포 단백질을 파괴해 난청을 일으키기 때문에 정상 오토페린 유전자를 몸에 주입해 치료하는 것이다.

AK-OTOF는 오토페린 유전자가 발현되는 귀의 달팽이관에 직접 주입된다.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를 전달체로 활용해 정상 오토페린 유전자를 달팽이관 속 유모세포 약 3500개에 전달한다. AAV는 유전자 치료에 활용하는 바이러스성 운반체 중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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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유전자 치료제 'AK-OTOF'로 치료받은 에이섬 담(가운데)과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의료진.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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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에 참가한 에이섬 담은 모로코 출신으로 단 한 번도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가난한 형편 때문에 학교에도 다니지 않았다. 3년 전 스페인으로 가족이 이주하면서 AK-OTOF 치료 기회를 얻었다. 난청 치료를 위해 찾았던 병원에서 임상시험 참가를 제의했다. 일라이릴리가 임상시험 대상자를 미국 밖에서 찾은 것은 자국 내에서는 시험에 적합한 환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인공와우 시술을 한 경우 치료제 효과를 따지는 데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 미국에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난청 환자가 많다.

에이섬 담은 지난해 10월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AK-OTOF 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받고 며칠 뒤 차량 경적 등 교통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치료를 한 지 약 30일 후 연구팀이 소년에게 사람의 가청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들려주자 대부분 소리를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청 여부를 따지는 청각시험에서도 경도 수준(26~40㏈ HL)으로 내려왔다. 치료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에이섬 담은 "처음에 모든 소리에 겁먹었지만 청각의 경이로움에 놀라고 있다"면서 "소리의 세계가 열리며 엘리베이터 소리,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소리 등 모든 소리를 즐기고 있으며 특히 사람의 소리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딜런 챈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는 "내이 기능을 저하시키는 근본적인 생물학적 변화를 교정할 수 있는 생물학적·의학적·수술적 방법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난청을 치료하는 획기적 유전자 치료제의 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따르면 일라이릴리의 임상시험은 14명을 모집해 2028년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중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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