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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 류석춘 교수 무죄···“반인권적 판결”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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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학 강의 중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날 서울서부지법은 류 전 교수의 발언을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이라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024.1.24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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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일본군 위안부는 일종의 매춘”이라는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의 발언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해당 발언이 사회 통념상 부적절하나 류 전 교수 개인의 견해에 불과해 명예훼손죄의 ‘사실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교수의 의견을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재판장 정금영)은 24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전 교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류 전 교수의 ‘위안부 매춘’ 발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교육했다고 발언해 정대협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19일 발전사회학 과목에서 “지금 매춘 사업이 있지 않냐. (위안부는) 그거랑 비슷한 거다. 살기가 어려워서 매춘업에 들어가게 된다”면서 “직접적인 가해자가 일본이 아니라니까”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류 전 교수의 발언이 “통념에 어긋나는 것이고 비유도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인격권을 일부 침해했더라도 류 전 교수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교수의 강의 내용을 처벌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교수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면서 “교수행위의 내용과 방법이 기존의 관행과 질서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더라도 함부로 위법한 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

대학 강의 중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2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이날 서울서부지법은 류 전 교수의 발언을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이라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024.1.24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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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류 전 교수가 위안부는 ‘일종의 매춘’이라고 말한 것은 명예훼손죄의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주장을 넘어 구체적이고 증명 가능한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이 있고, 이 진술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해야 한다. 재판부는 역사적 사실은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사후적 연구를 통해 재구성되는 사실인데, 류 전 교수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평가이므로 명예훼손죄에서의 사실과 다르다는 논리를 폈다.

재판부는 류 전 교수가 말한 위안부가 특정인을 지칭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학문적 표현행위로 인해 피해자 개인이 입는 인격권 침해의 정도는 그 표현이 가리키는 대상이 넓어지거나 표현의 내용이 일반화, 추상화될수록 희석될 수 있다”면서 “위안부를 구성원 개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소규모 집단으로 정의하기 어렵고, 균일한 특성이 있는 집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강경란 정의연 연대운동국장은 “예전에 강용석 변호사가 아나운서에 대해 망언을 해서 재판을 받을 때도 특정인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집단 전체를 모욕해 유죄를 받았다”면서 “얼굴을 노출하고 활동하는 피해자들이 있는데도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도 판사가 피해자들 이름을 다 불렀다”면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재판인데 이름을 불렀다는 것 자체가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연은 입장문을 내고 “반인권적 반역사적 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결코 우선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반인권적 판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이며, 일반 국민들의 상식 수준에도 어긋나는 반사회적 판결”이라고 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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