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의대 증원 막은 전공의 동향에 '촉각'
보건의료노조 "국민 고통 외면 말라" 비판
양동호(왼쪽)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의대 정원 등을 놓고 개최한 제25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시작 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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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입부터 적용될 의과대학 입학정원 발표가 지연되는 가운데 장외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련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86%가량이 정부가 의대 정원을 일방적으로 늘릴 경우 단체행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와서다. 보건의료노조는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라며 각을 세웠고, 정부는 "단체행동은 용인할 수 없다"며 경고했다.
23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전국 55개 수련병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한 단체행동 참여 여부 설문조사에서 전공의의 약 86%가 동참 의사를 밝혔다. 수도권 병원(80% 안팎)보다 비수도권 병원(90%대) 소속이 더 높은 참여 의향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는 전체 전공의 1만5,000여 명 중 28% 정도인 4,200여 명이 참여했다.
대전협은 병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설문조사를 실시한 55개 수련병원 가운데 500병상 이상이 27개라고 밝혀 각 지역 필수의료의 버팀목인 상급종합병원 상당수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빅5 병원'(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성모병원) 중에도 2개가 참여했다. 대전협은 "공식 설문은 아니고 각 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조사해 보내온 것"이라며 "추후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 대응 방안 및 단체행동 참여 여부를 조사할 계획은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전공의 단체행동 조짐에 즉각 입장문을 내고 비판했다. 노조는 "전국 수련병원 200개 중 27.5%, 전공의 중 28%에 대한 조사라 단체행동 참가율 86%가 전체 전공의 입장인지 의심스럽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의사 단체 빼고 모두 찬성하는 정책인데 이를 막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은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와 소아과 오픈런에 내몰리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순차적 파업에 돌입한 2020년 8월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파업으로 인한 의료인 부족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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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복지부의 공식 협상 파트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지만 의협 산하 협의회 중 하나인 대전협의 움직임은 정책 추진의 중요한 변수다. 문재인 정부가 의대 증원에 나섰던 2020년 의협은 집단휴진으로 반발했는데 참여율은 한 자릿수에 그쳤다. 하지만 전체의 80%에 육박하는 전공의가 파업에 참여해 의료 현장이 마비되자 정부는 의대 증원을 중단했다.
지난해 말 의대가 있는 대학을 대상으로 수요조사와 현장 검증을 진행한 복지부는 의협과 구체적 '숫자'를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당초 이달에는 증원 규모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 뒤로 미뤄져 아직 발표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의 집단행동 가능성이 부상하자 복지부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복지부는 이날 입장을 내고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어떠한 경우도 절대 용인할 수 없고, 불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모든 조치를 엄정하게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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