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초지에 한우 방목…전남 영광 청보리한우영농법인
국내 첫 환경친화축산농장 선정, 동물복지농장 인증도 도전
"한우 우수성 알리기 위해 수출도 하고 싶다"
유경환 영광청보리한우영농법인 대표 |
(영광=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한우들이 청보리를 먹고 자라 뼈가 튼튼하고 초지에서 맘껏 뛰어놀아 건강합니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에서 청보리한우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유경환(69) 대표는 자신이 키운 한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유 대표의 청보리한우농장은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농장 입구에는 이국적인 모습의 전원주택 2채가 방문객을 먼저 반겼다.
오르막길에 자리한 농장은 정원수와 잔디가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축사에서 나올 법한 악취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취재진을 맞이한 유 대표는 거처이자 사무실로 쓰고 있는 전원주택에서 폐쇄회로(CC)TV로 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유 대표는 군 복무를 마치고 1979년부터 영광에서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소를 키워왔다.
중동 붐이 불어 군대 가기 전 중장비 면허도 땄지만, 농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고향에 안착했다.
한우 50두로 시작한 농장은 1982년 100여두로 늘었고, 1998년 현재의 농장으로 이주해 200여두를 키우기 시작했다.
현재는 대지 18만5천㎡에 축사 9개 동에서 700여두를 사육하고 있다.
영광청보리한우농장 전경 |
이 대표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곧바로 숙소 뒤 축사로 출근한다.
소의 상태를 일일이 살펴보며 사료를 주고 7시30분쯤 숙소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한다.
오전에는 집에서 CCTV로 소를 살펴보며 휴식을 취한 뒤 오후에는 사료를 만든다.
한우들은 청보리로 만든 친환경 사료를 먹고 자란다.
이 대표는 23ha 규모의 경작지에서 직접 청보리를 재배하고 있다.
청보리는 줄기 잎 알곡 등을 버리지 않고 사용한다. 청보리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
사료는 청보리와 건초, 볏짚, 일반사료를 혼합해 만들어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송아지를 낳는 번식우는 살이 찌면 안 되기 때문에 볏짚을 더 넣고, 송아지는 건초와 풀을 더 넣어 발육을 돕고 있다.
초지에 방목된 소들 |
정성 들여 만든 사료를 먹은 한우들은 날씨가 좋으면 초지에 나와 뛰거나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는다.
넓은 초지는 13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구간마다 50여두씩 방목을 한다.
청보리가 주성분인 친환경 사료를 먹이고 방목으로 키운 한우들은 공장식 축사에서 자란 소보다 훨씬 건강하다.
보통 고기용 소는 무게가 900∼1천kg이 되면 몸이 무거워 뼈가 약해지는데 방목으로 운동을 많이 한 소는 뼈도 튼튼하다.
이 농장의 암소들이 해마다 낳는 송아지는 250여마리 정도 되는데 큰 질병이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소를 돌보는 유 대표 |
청보리한우는 여느 한우에 비해 육질이 좋고 등급도 85% 이상 A등급이 나올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04년부터 10여년간 신세계백화점에 납품했고 최근에는 일반 공판장에도 공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축사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축사 지붕을 개폐형으로 만들었다.
햇볕과 바람을 늘 통하게 하고, 축분을 말리기 위해 대형 환풍기를 곳곳에서 틀고 있다.
한 달 전기료만 1천만원에 달하는 등 운영비가 만만치 않지만, 이 대표는 쾌적한 축사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감내하고 있다.
사료에는 미생물이 들어간 생균제를 넣고 말린 축분은 방목지와 청보리밭에 뿌린다.
안개분무 시설을 설치해 수시로 축사를 청소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CCTV로 농장 살피는 유 대표 |
이 대표는 농림축산부의 스마트 축산사업(ICT·정보통신)에 선정돼 자비 등 3억원을 들여 CCTV를 설치해 24시간 소를 돌보고 있다.
축사마다 3대씩 설치된 CCTV는 고화질로 소의 번호까지 식별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 덕에 이 대표의 청보리한우농장은 2009년 국내 최초로 농림축산부 지정 환경친화농장으로 지정됐다.
2007년부터는 무항생제인증을 받았고 2008년에는 전남도 품질인증 획득에 이어 2009년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까지 받았다.
이 대표는 "경제성을 위한다면 축사 한 칸에 5마리 정도를 넣어야 하지만,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2마리만 넣어 관리한다"며 "청보리 사료를 먹여 소가 건강하게 자라고 수입 사료를 먹고 자란 소보다 체중도 많이 나가 생산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는 것이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심사도 까다롭지만, 우수한 한우를 키운다는 자부심 하나로 추진 중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드실 수 있는 한우를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수출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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