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81, 아직 선거방식 못정해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공동행동)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선거제 개혁 촉구 시민 캠페인'을 하고 있다./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4월 10일 총선이 20일 기준으로 81일 남았지만 여야의 선거제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극단 대립의 여야가 서로 탓만 하며 선거제 협상에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선거구 획정은 물론 비례대표를 어떤 방식으로 뽑을지조차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대로라면 최악의 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던 2020년 21대 총선 당시 ‘꼼수 위성정당’의 난립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제 협상이 지지부진한 1차적 이유는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아직 당론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배제한 채 정의당 등 군소 정당과만 힘을 합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었다. 소수 정당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얻은 정당은 비례 의석을 적게 가져가도록 설계됐지만 비례 의석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이 출현하며 “민의를 왜곡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이 제도를 유지할지를 여전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할 경우에 대비해 ‘위성정당’ 창당을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이 다수당의 힘으로 지금의 이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우리 당으로서 당연히 국민의 뜻에 맞는 의원 구성을 하기 위해 플랜B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이전까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이었던 ‘병립형’ 회귀를 고수하고 있다. 비례 의석 47석을 정당 득표율대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병립형만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월 중 결정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아직까지 당론을 정하지 않아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위성정당 창당을 다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아직까지 위성정당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21대 총선처럼 민주당이 준연동형을 고집한다면 애초 이 제도를 반대했고 법 개정 당시부터 배제됐던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위성정당 창당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도 위성정당 쪽으로 기우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애초 이재명 대표는 자신이 비례대표 공천권도 행사할 수 있는 ‘병립형’으로 돌아갈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 등 당 안팎 반발이 거세지면서 다시 준연동형 현행 제도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다.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과 병립형으로 합의를 하면 민주당 스스로 선거제를 퇴행시켰다는 비판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행 선거제로 가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의석수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선거제 퇴행 비판을 감수하며 직접 위성정당을 창당할지 여부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친(親)민주당 성향의 군소 정당을 통해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말이 나온다. 이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군소 정당이 참여하는 ‘개혁연합신당’은 민주당에 “비례 연합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한 상태다. 용 의원은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후보로 나와 국회의원이 된 뒤 선거 이후 원 소속 정당으로 돌아갔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례 연합 정당은 결국 야당 비례 후보만 공동으로 내는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사실상 민주당이 외부에 위성정당 창당 용역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런 군소 정당들의 제안에 “논의해볼 만한 상황”이라고 했고, 정의당도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에 긍정적이다. 결국 여야가 상대 탓을 하며 선거제 협상이 공전하면서 이번 총선 역시 위성정당 난립을 부르는 현행 제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는 ‘유사 위성정당’이라는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