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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기고] 증오와 혐오의 정치, 어떻게 도려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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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치료를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할 때 이 대표는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마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런 언급에 누구든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그런 '전쟁과 같은 정치'를 종식시킬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권은 '전쟁과 같은 정치', '증오의 정치'를 끊어내기 힘든 모양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을 도려내기가 그토록 힘든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나라 정치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 문화에는 정치를 시스템으로 파악하기보다 사람 중심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뿌리 깊게 존재한다.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면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발생한다.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이런 정치 문화적 요인 이외에도 정치인의 소셜미디어(SNS) 활용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심하지 않은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의원이 팬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치인의 SNS 활용과 팬덤 현상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다른 미국 정치인들과 달리 이들 두 사람은 SNS를 정치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두 사람 모두 일반적인 미국 정치인과 다르게 팬덤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정치인의 SNS 활용이 유권자와의 친근감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즉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인이 자신의 의견에 답해준다는 것은 정치인에 대한 친근감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맹목적인 추종이 발생하게 되는데 맹목적인 추종은 팬덤을 낳고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은 해당 정치인에 반대하는 세력 혹은 인사를 증오하거나 혐오하게 된다. 이러한 정치의 감성화가 판을 치면 정치는 사라지고 상대방에 대한 타도 혹은 제압 시도가 정치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정치란 타협과 협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타협의 대상은 사라지고 '증오의 대상'만 존재하게 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인들이 팬덤의 눈치를 보게 돼 상대 정당을 타도하는 데 오히려 앞장 선다는 점이다. 정치 문화에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존재하고 대다수 정치인들이 SNS를 정치에 활용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정치판에 정치의 감성화가 판치는 것은 '신기한' 일은 아니다.

정치의 감성화에서 비롯되는 증오, 혐오의 정치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정치 문화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이루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문화란 단 시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쉬운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것은 정치인들이 팬덤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이렇게 하는 건 당장은 손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공당의 국회의원이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팬덤의 과격함과는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당위도 생각해야 한다. 이러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당은 이익집단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머니투데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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