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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투데이 窓]식약처의 '시장 즉시 진입제도'를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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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선제적인 규제 개선을 통해서 생태계 전반에서 호평받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식약처는 발 빠르게, 어떤 경우는 심지어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더 빠르게 합리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을 내어놓기도 했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최근 또 하나의 규제 개선책을 발표했다. 바로 혁신적 의료기기가 인허가 이후, 시장에 즉시 진입할 수 있는 경로를 신설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의료기기는 인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다. 더 정확히는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건보나 환자에게 돈을 받을 수 없다. 보험 급여를 받거나 환자에게 과금하기 위해서는 이 기술이 기존 건보 기준에 해당하는지, 건보를 적용할 가치가 있는 신기술인지를 추가로 심사받고, 건보에 등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인허가 이후에도 추가적인 평가를 거치기 때문에 기술의 안전성, 유효성, 비용 효과성은 보장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혁신적 기술 발전의 혜택을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늦어지고,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며, 기업의 성장이 느려진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관련 부처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등을 신설하기도 했다.

이번에 신설하는 '시장 즉시 진입 가능 의료 기술'은 기존 제도에 비해 더 나아간 파격적인 제도이다. 의료기기로 허가심사를 받으면, 이후 기존 기술 여부만 확인받고, 즉시 시장에 진입하여 3년 동안 환자에게 비급여로 과금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의료기기가 아니라 새롭고 혁신적인, 독립적인 활용도가 높은 일부 의료기기를 선정하여 적용할 계획이며, 인공지능 진단 보조기기, 디지털 치료기기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산업계에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항상 큰 고민이었던, '혁신적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허가를 받았고, 돈을 내겠다는 사람이 있어도, 판매를 할 수 없다'는 딜레마를 타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작년 복지부의 발표처럼 국가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특히 인허가 이후의 시장 진입 관련 옥상옥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필자로서도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다만 이런 규제 완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역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식약처는 이미 관련 사항들을 밝히고 있다. 어떤 범위의 의료기기에 이 제도를 적용할 것인지, 의료기기의 현장 사용 시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성 검증을 어떻게 더 철저하게 할 것인지, 시장 진입 이후에 안전성을 어떻게 모니터링하여, 위해 수준이 높은 기술은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까지 언급한다.

산업계의 입장에서 규제 완화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것이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의학적 가치를, 안전하게, 효과적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이런 제도도 지속가능할 것이다. 필자가 독일의 의료기기 규제 혁신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것은 시장 진입을 빠르게 하는 만큼, 퇴출도 과감하게 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식약처의 새로운 규제 완화 정책도 큰 혜택을 주는 만큼, 그에 맞는 높은 기준과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식약처에 관련 인력과 예산도 지원되어야 한다. 시장에 조기 진입하는 기술이 많아질수록, 의료 현장에서 기술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비용 관련 모니터링에 대한 부담이 누적된다. 따라서 예전보다 더 많은 감독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이런 제도가 제대로 구현되려면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에 대한 기재부와 행안부 등 관계 부처의 지원이 필요하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혁신에 발맞춰 진행되는 규제 개선이 잘 정착되어, 환자에게 의료 기술 혁신의 성과를 조기에 경험하게 할 뿐만이 아니라, 관련 기술과 산업의 발전도 촉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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