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졸업 시즌이지만 꽃집 매출이 예전같지 않다. 지난 5일 서울 서초구 양재꽃시장에서 시민이 꽃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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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만 기다렸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지나가네요.”
경기도 안성에서 20년째 꽃집을 운영 중인 김양순(63)씨는 1년 중 대목인 졸업식 시즌(12~2월)을 맞았지만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수요가 50% 이상 줄었다고 했다. 김씨는 “100m 안에 여중이 두 곳이나 있지만, 단골을 제외하면 주문이 별로 없다”며 “졸업식 전날마다 밤샘 작업을 했던 것도 옛말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졸업식 시즌이지만 꽃집 상인들이 특수를 누리지 못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출하량 감소 등으로 꽃값이 워낙 오른 데다가 학령인구 감소로 졸업생이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8일 화훼유통정보 경매통계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꽃값이 많게는 30%까지 치솟았다. ‘당신의 시작을 응원한다’는 꽃말을 가져 졸업식 꽃다발에 주로 쓰이는 프리지아의 경우 이달 1~16일 평균 경매 가격은 1단(10송이)에 3898원으로 1년 전보다 19.4% 올랐다.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5.4% 뛰었다. 수국은 1년 전보다 33.4%(4679원→6240원), 안개꽃은 31.9%(1만3617원→1만7960원) 올랐다.
지난주 딸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최모(50·고양시 일산서구)씨는 “3만원에 하고 싶었지만, 꽃다발이 너무 초라해 4만원을 주고 맞췄다. 이마저도 분홍색 꽃으로는 가격에 맞추기 어려워 노란 프리지아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꽃값이 오르자 엄마표 DIY 꽃다발이 인기다. 사진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들. [유튜브 캡처] |
상인들은 학령인구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전국 학령인구(6~17세)는 531만명으로 20년 전인 2000년 810만명에서 3분의 1 이상 줄었다.
꽃 수요가 줄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꽃이 밀고 들어오자 국내 화훼농가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012년 6429헥타르(㏊)였던 화훼 재배 면적은 2022년 4229㏊로 줄었다.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꽃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졸업식장에선 생화 대신 저렴한 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든 ‘DIY(Do it yourself) 꽃다발’이 인기다. 풍선을 이용하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초콜릿·인형 등을 넣어 만드는 식이다. 고3 아들을 둔 A씨는 “가격이 비싸 생화 꽃다발 대신 유튜브를 보고 풍선 꽃다발을 직접 만들었다”라며 “친구들 반응도 좋아서 아이가 재밌게 놀다 왔다”고 말했다.
‘중고 꽃’을 이용하는 이들도 나온다.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는 ‘졸업식용 꽃다발 팔아요’라는 제목으로 1만~2만원 정도에 꽃을 내놓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대부분 거래가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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